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하겠다’고 밝힌 지 2주일 만입니다. 북한 당국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고 발표한 직후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회담 취소 통보 편지를 통해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좋은 기회를 놓쳤다”며 “이 기회를 놓친 것은 역사상 가장 슬픈 순간”이라고 회담 취소에 대한 소회를 밝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당신은 북한의 핵능력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우리 미국의 핵은 너무 방대하고 강력해서 그것이 사용되지 않기를 기도한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부드러운 표현을 사용했지만, 북한의 핵개발이나 무력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전한 것입니다.
다만, 북미회담을 아예 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과 관련한 마음을 바꾼다면 주저하지 말고 나에게 전화나 편지를 달라”고 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확실하게 핵을 포기할 마음이 생기면 언제라도 회담을 할 수 있다며 북미회담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정된 회담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회담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표면적으로는 최근 북한 외무관료들이 발표한 성명에서 드러나는 분노와 적대감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핵을 완전히 포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올초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당대회 직후 마련한 핵경제 병진노선 실행 전략에 따라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습니다. 핵보유국이 되면서 동시에 경제문제도 해결하기 위해, 한국 및 미국과의 회담을 제안했습니다. 일단 핵기술과 핵을 실어 나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어느 정도 성공을 했으니, 먼저 핵보유국을 선포한 후, 핵보유국 지위에서 핵협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느슨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문제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을 받아들 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핵폐기 의사가 분명하다면, 지금까지 개발한 핵물질, 핵제조시설, 핵실험장, 핵기술 및 핵개발 관련 자료, 핵실험장 등을 있는 그대로 신고해 핵사찰을 받으라는 것이 미국의 입장입니다. 아마 미국은 이번 북미회담에서 북한이 이에 동의하는 내용을 합의문에 담으려고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그와 같은 미국의 입장에 대해 ‘일방적 핵포기 강요’라며 반발했습니다.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겠다며 외신기자들을 불러놓고 핵실험장 갱도 등을 폭파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의도적으로 빼먹었습니다. 진심으로 핵폐기 의지가 있었다면, 핵무기 전문가를 불러 그들에게 핵실험장 폭파 과정을 공개하고, 핵실험장과 관련된 정보를 있는 그대로 제공했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초에는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핵전문가를 초대하기로 해 놓고, 실제 초청 단계에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슬그머니 핵전문가를 빼버렸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싱가포르 실무회담에 북한 관료들이 나타나지 않아 회담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행위는 김정은 위원장의 핵폐기 의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을 키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역사적인 핵 담판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핵 위협으로부터 미국과 한반도 주변국을 구한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먼저 제안한 회담이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을 적개심을 담아 비난하는 것도 모양세가 좋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북한 주민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가난에서 해방되는 것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핵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일해 자신과 가족이 풍요롭고 행복하게 사는 것, 이것이 북한 주민의 요구이며, 북한 주민의 요구를 실현하는 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최고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임무라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 뿐입니다. 미국과의 조건없는 실무회담을 제안하고, 그 회담장 테이블 위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 핵기술관련 자료 목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는 것입니다. 평화와 번영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는 것은 단순히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역사적 범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