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후 식량문제 한결같이 “모르겠다”

24일 새벽 평양시내는 운무 속에 잠긴 채 멀리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10.9 핵실험’ 직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무들, 이제 우리에게 여명이 밝아오고 있소.. 고생 끝에 낙을 보게 되었단 말이요”라는 발언을 되돌아보게 하는 평양의 풍경이다.

핵실험 이후 한달 반이 지난 평양의 모습에서는 긴장감이 엿보이지 않았다.

평양역 앞 광장을 비롯해 시내 곳곳에 나붙은 ‘핵보유국으로서의 긍지와 자랑을 가지고 제국주의자들의 도전을 짓부수자’ 등의 붉은색 구호만이 핵실험 사실을 상기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모습에서는 오히려 여유로움이 배어있는 듯 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의 한 관계자는 “핵실험은 선군정치의 일환으로, 이것으로 인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평양의 평온한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핵실험으로 미국의 침략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전부터 두려움이 없었다”면서 “미국이 이제 (핵실험으로) 우리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한 시민은 “핵실험 성공으로 그 어느 때보다 사기충천해 있다”고 말했다.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주민들의 식량문제에 대해서는 만나는 사람 마다 “모르겠다”고 답하거나 ‘노 코멘트’로 일관해 곤혹스러운 부분임을 시사했다.

민화협의 한 관계자는 “(수재 등으로 인해) 지난해보다는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평양시내 도심은 평온함을 넘어 활기마저 느껴지는 듯 했다. 이른 아침부터 중심가인 김일성광장에서 노란 모자를 눌러쓰고 내년 봄 공연 예정인 집단체조 ‘아리랑’을 연습 중인 청소년들의 힘찬 발걸음은 사회주의 체제 특유의 집단성과 역동성을 보여줬다.

낙엽이 진 거리에는 10여m씩 줄을 지어 ‘무궤도 전차’를 기다리는 시민들과 자전거 행렬 등이 이색적인 도시 풍경을 자아냈다.

외국 관광객을 받는 국제호텔에는 비수기 탓인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평양 양각도호텔에서 일하는 접대원은 “여름철에는 관광객이 많지만 겨울로 접어들면 관광객이 줄어든다”면서 “투숙객들이 적은 것은 핵실험 여부와는 상관없이 연례행사”라고 말했다.

호텔내 상점 판매원들은 호객행위를 하며 상품판매에 열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한 판매원은 쇼핑을 하는 투숙객에게 “물건을 사지 않으면 (상점에서) 나가지 못한다”는 애교 어린 농담을 던지며 상품목록 중 가장 비싼 북한특산품인 ‘청심환’ 구입을 권하기도 했다.

한편 추수를 마친 평양 외곽 농촌 들녘은 고즈넉한 모습은 보였으며 농민들은 농한기 겨울철에 한 달간 유람을 가거나 내년 농사준비를 위해 퇴비를 마련한다고 북측 관계자들은 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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