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안해도 핵무기 관리 가능”

▲ 압둘 카디르 칸 박사 <사진:연합>

지난 2월 10일 북한 외무성이 ‘핵보유 성명’을 발표한 이래 “북한의 진의는 무엇인가” “미국과 중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등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 중에서도 “미국이 대북제재를 시작한다면 한국은 기존의 대북 포용정책을 바꾸어야 하는가?” “한국도 대북 경제지원을 중단하고 미국의 대북제재에 동참해야 하는가?” 등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핵심이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전략적, 정치적 요인들을 두루 종합하여 최종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하지만 논의에 참여하거나 지켜보는 일반인이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핵무기에 관한 기본 지식이 필요하다.

북한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북한의 핵보유 성명 직후 항간에는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반대급부를 받아내기 위해 허풍을 떨고 있을 뿐 실제 핵무기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판단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여주지 않는 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적인 분석을 토대로 추정할 수밖에 없는데, 적어도 보수적 분석을 토대로 할 때 일단 북한의 핵능력이 1992년 이전에 생산한 플루토늄, 2003년 1월 핵동결 해제 이후 생산하고 있는 추가적 플루토늄, 비밀 농축활동을 통해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고농축 우라늄(HEU) 등 세 부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 중에서 1992년 이전의 플루토늄은 그 당시에 핵폭발장치(nuclear device)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으나, 어느 시점에 사용 가능한 무기 형태로 발전되었는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대북 핵기술 유출의 주역으로 알려져 있는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 박사의 증언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1992년 이전에 제조한 핵 폭발장치들을 무기화하는 노력을 지속해온 것으로 일단 추정할 수 있다.

칸 박사는 2004년 4월 13일자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5년전 (1999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인근의 비밀 핵시설에서 3개의 핵폭발장치(nuclear devices)를 목격했는데, 북한측이 ‘핵억제력’이라며 보여준 이 장치들은 핵물질이 아닌, 거의 완성된 무기였다”라고 밝힌바 있다.

플루토늄탄 이미 확보, 우라늄탄 개발 중

2002년 10월 이후 핵동결을 해제하면서 추가로 생산하기 시작한 플루토늄이 얼마이며, 그 플루토늄이 핵무기로 만들어졌는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추정이 있을 수 있으나, 시기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어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 전부터 보관하고 있었던 8천개의 사용후 핵연료(폐연료봉)를 모두 재처리하고 재가동한 영변의 5메가와트 원자로를 전면 가동했다면 40kg 내외의 플루토늄이 추출되었을 수 있다는 이론적 계산은 가능하다.

고농축 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상황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파키스탄-북한-이란을 잇는 ‘농축 삼각형(enrichment triangle),’ 북한-파키스탄-이란을 잇는 ‘미사일 삼각형(missile triangle)’ 등 규명되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일단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으로 핵폭탄을 만들 단계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파키스탄이 북한과 이란에 농축기술을 제공하고 이란은 파키스탄에 자금을, 그리고 북한은 미사일 기술을 반대급부로 제공했다는 추정은 현재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은 미국과 국제사회가 핵확산 방지를 위해 반드시 규명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파키스탄과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고 파키스탄으로부터는 농축 기술을, 그리고 이란으로부터는 자금을 제공받았다는 추정도 있다.

하지만 핵심적인 확산행위를 한 파키스탄의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도 상당부분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 파키스탄이 긴요한 동맹국이 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파키스탄을 심하게 추궁하지 못한다는 ‘이중 잣대’ 문제도 내포되어 있다.

이러한 분석들을 토대로 해외 정보기관들은 북한의 핵무기 숫자를 2~9개로 추정하고 있다. 어쨌든 북한이 수 개의 플루토늄탄에 더하여 우라늄탄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조잡한 핵무기도 핵무기다

북한의 핵보유 발표 이후 항간에는 “설사 핵무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조잡한 수준에 불과하고 핵실험을 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 또한 사실과 동떨어진 무책임한 낙관론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초보적인 우라늄탄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떨어진 3미터 길이와 70센티의 지름, 4톤 무게의 ‘꼬마소년(Little Boy)’이었다. 사흘 후 나카사키에 투하된 길이 3.2 미터, 지름 1.5미터에 4.5톤의 무게를 가진 “뚱보(Fatman)”는 역사상 가장 조잡한 플루토늄탄이었다. 이들의 화력은 각각 12.5킬로톤 및 22킬로톤이었다.

두 발의 원폭으로 수만 명의 한국인을 포함한 20여만 명이 즉사했고 이후에도 수십만 명이 후유증으로 고생하거나 사망했다. 최후의 항전을 위해 국민들을 죽창(竹槍)으로 무장시키고 5천대 이상의 카미가제 항공기와 수백 척의 자살공격용 잠수정까지 준비하고 있던 일본은 이 두 발의 ‘조잡한’ 핵무기를 맞고 무조건 항복했다.

핵실험 없이도 핵무기 관리할 수 있어

핵폭탄이란 이토록 무섭다. 재래식 폭약(TNT) 1톤은 10억 칼로리의 에너지를 발산하는데, 12.5 킬로톤의 히로시마 원폭은 재래식 폭약 12,500톤의 폭발력을 가진다. 10톤 짜리 대형트럭 1,250대분의 화약이 터지는 것과 같다.

일단 핵폭탄이 터지면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버리는 폭풍파, 근처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열파, 강한 투과력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방사선파 등을 발산한다. ‘조잡한 핵무기’ 운운은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난 얘기들이다.

“핵실험이 없었으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도 진실과 거리가 멀다.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3년 스스로 핵포기를 선언하고 자진 해체하기 전까지 6개의 핵무기를 만들어 보관했었다는 사실이나, 이스라엘이 핵실험 없이 방대한 핵군사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핵실험의 유무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이설(異說)들이 있을 수 있으나, 컴퓨터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핵실험의 필요성은 과거에 비해 현저하게 감소되었으며, 시뮬레이션만을 가지고도 핵무기를 유지 관리할 수 있다는 점에 대다수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미사일 탑재 여부 확인할 수 없어

북한이 핵무기를 미사일에 탑재하는 기술을 터득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주제이다. 사실, 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는 요격이 어렵다.

대포동급 미사일이라면 함경도에서 발사된 것으로 가정할 때 서울상공에 도착하는 시간은 5분 미만이며 최종단계(terminal phase)의 속도는 음속 10배 이상일 것이기 때문에 이를 요격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이 부분의 기술을 완성했는가 하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으나, 핵폭발장치를 처음 제작한 것이 1992년 이전이라면 그 이후 소형화 및 미사일 탑재에 진력했을 터인데, 아직도 미사일 탑재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고성능 화약과 티타늄 같은 가벼운 금속이 개발된 요즘에는 핵무기의 경량화가 비교적 쉽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핵보유 성명 이후 “미사일 탑재는 아니더라도 비행기로 투하할 수는 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핵폭탄을 실을 수 있는 북한의 비행기로 구소련이 제작한 IL-28 정도가 있다는 분석이나, 그런 구식 항공기라면 한국영공을 넘어오는 순간 한국 전투기들이 요격할 수 있다는 분석은 일단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다수의 위장 항공기가 동시에 출격했을 경우 한 대도 남김없이 전부를 요격할 수 있느냐 라고 물으면 대답은 좀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런 투발수단과 관련한 논의들도 허점이 많다. 북한은 핵폭탄을 밀반입한 후 원격조정 방식으로 터뜨리겠다고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지리적으로 인접한 남한에 대해서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위협수단으로 사용할 방법은 다양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결국 한국에게 있어서는 북한 핵무기의 성능보다는 숫자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태우 / 국방연구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뉴욕주립大 정치학박사(핵정책/핵전략 전공)
–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군비통제연구실장
– 경기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한국핵은 왜 안되는가?>, <저승바다에 항공모함 띄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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