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네오콘 탓하는 DJ의 후안무치

북핵문제와 관련 국내에서 美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책임론이 드세다.

북한 핵실험은 미국의 강경한 대북정책의 결과인데, 배후에 네오콘이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최근에도 “(미국) 네오콘들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를 바라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부시 행정부 네오콘들이 퇴로를 주지 않으면서 북한을 압박한 정책은 현명하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대외정책이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미국이 더 유화적이어야 하고, 그럴 수도 있는데 네오콘들이 그 길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네오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적국의 붕괴를 추진하는 호전적인 매파로 인식되고 있다. DJ나 집권세력의 네오콘 비난은 이러한 네오콘의 부정적 이미지와 결합돼 국민들에게 미국 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역으로 북한 핵실험에는 일말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대북 유화론자들은 북한 정권을 개조가 가능한 협력 대상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정권의 몰락은 한반도의 재앙이라는 인식은 대북유화정책의 정당성을 배가시킨다. 이들에게 ‘김정일 정권 하에서는 핵 포기가 어렵다, 때문에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현실주의자들은 이념적 적과도 같은 존재다. 북한 핵실험은 이러한 사고를 가진 네오콘의 음모에 걸린 북한의 실수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불러왔다는 것은 북핵의 인과관계를 외면한 결과다. 미국이 북한을 불신하고 양자회담을 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이 계속 미국을 속이고 핵 포기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무력 사용을 부인하고, 6자회담을 미련하게 고집하고 있다. 금융제재도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하는 부시 행정부의 국내법적 조치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던 김정일 정권 교체 주장이 미국 내에서 크게 확산된 것도 핵실험 이후다.

게다가 부시 행정부의 정책이 네오콘의 배후조정이라는 점도 근거는 없다. 이라크 전쟁 이후 부시 행정부 대북정책을 네오콘이 좌지우지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현재 부시의 대북정책은 신보수주의라는 이념적 배경을 가진 네오콘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 대북 원칙주의자들이다. 이들을 강경 매파들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러나 북한의 전략을 경험한 미 행정부 당국자들의 원칙적 대북접근을 네오콘의 음모쯤으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다.

유화론자들은 미국이 양자회담도 하고 금융제재도 없었던 지난 10년 동안 북한 핵문제가 왜 해결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교훈을 충분히 얻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북한의 약속을 담보 받을 수 있는 장치의 필요성도 간과하고 있다. 9·19 성명 이후에 북한이 경수로 선(先) 제공을 들고 나와 합의정신을 위반한 사실도 잊고 있다. 남북협력 덕택에 핵실험에도 한반도에 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주장은 대북포용정책의 실체를 보여주는 압권이다.

북한 핵실험은 대북정책 실패의 총체적 산물이다. 핵실험이 남북관계에만 좌우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 위기를 고조시키는데도 김정일에 대해 지원정책으로 일관한 유화론자들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아직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위협을 강조하기 위해 네오콘을 탓하는 후안무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핵실험으로 핵보유국 야망을 드러낸 북한을 포용하는 것은 결국 김정일의 핵 인질이 되겠다고 자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라도 유화론자들은 김정일이 개혁개방의 지도자가 아니라 핵개발 사령관이라는 현실을 정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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