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신고 타결되면 남북관계 어떻게 풀까

“일단 남북관계에도 좋은 환경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중요하다.”

정부 당국자는 9일 전날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서 북핵 신고 방안에 양측이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 이 같이 말했다.

당국자의 이 같은 반응처럼 정부는 북핵 프로세스의 진전을 반기면서도 달라질 한반도 주변 환경 속에서 일시적 긴장이 조성된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전략적 판단을 해야할 때가 왔다는 표정이다.

정부의 희망은 이명박 대통령이 올 초 밝힌 것 처럼 한.미, 남북, 북.미 관계가 선순환적으로 모두 발전하는 방향이다.

이번에 북핵 신고 문제가 최종 타결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에 나설 경우 북.미 관계정상화 트랙이 빠르게 진전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어 오는 18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가 향후 최종 비핵화 3단계에 임하는 공조기조를 다진 뒤 남북간 대화 복원을 통해 북한에 비핵.개방 3000 구상을 설명하고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짠다는 게 정부가 바라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우려되는 것은 역시 북한의 `통미봉남’ 가능성이다.

이미 지난 1일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을 전면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한 북한이 핵신고 문제의 진전에 따른 대외환경 변화를 등에 업고 남측의 대북정책 기조를 흔들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즉 현재의 남북 당국간 대화 중단을 장기화하고 6자회담 트랙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등 방법으로 남측 정부가 남북관계에 대한 부담을 느끼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연간 40만~50만t에 달하던 남한 측 쌀차관의 공백은 미국이 지원을 검토 중인 쌀 50만t으로 메우는 식으로 남한 도움 없이 살아갈 궁리를 벌써부터 해 뒀다는 분석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1990년대와 달리 6자회담이라는 다자회담 틀이 존재해 북한이 설사 통미봉남을 시도하더라도 뜻대로 되기 어렵고 북한 또한 별다른 실익없이 남한과 대립각을 세울 만큼 여유가 있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또 설사 북이 실제로 통미봉남을 시도하더라도 철저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의 기도를 봉쇄할 것이며 일시적으로 여론의 압박을 받게 되더라도 남북관계의 재정립을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겠다는 게 정부의 대체적인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같은 정부의 구상대로 남북관계가 풀려 나갈지는 한.미 정상회담 전후로 나올 북한의 태도와 그에 따른 한.미 공조 방향, 우리 정부의 유연성 발휘 여부 등에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해 내부적으로 신중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등 현안을 풀어가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자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지만 결국 북한이 이런 구상에 호응, 대화 제의를 해올지가 일단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이 통미봉남을 시도할 경우 부시 행정부 마지막 해인 올해 외교 분야에서 업적을 만들 필요가 절실한 미국이 북을 설득해가며 철저한 한미공조를 유지할 것인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또 우리 정부도 마냥 북한이 대화제의를 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허심탄회한 남북대화를 하자’고 북측에 제안한 만큼 공식.비공식 통로를 활용, 대화재개를 위해 우리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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