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신고 이어 핵불능화에도 ‘이상기류’

북한 비핵화 2단계 이행 시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핵 프로그램 신고에 이어 핵 불능화에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북한 현학봉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26일 “6자회담 참가국들이 맡은 경제적 보상의무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북한은 불능화의 속도를 “조정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가 해결된 지난 6월 이후 순조롭게 진행돼 오던 북핵 프로세스에 이처럼 찬 물을 끼엊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 핵폐기 2단계 조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그의 발언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를 신고서에 포함시킬 지 여부를 놓고 지연되고 있는 핵 신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던 불능화마저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영변 현지에서 불능화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 전문가팀으로부터 아직까지 특별한 문제가 있다는 연락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현재 계획대로라면 폐연료봉 인출 작업을 제외한 불능화 조치는 연초까지 상당부분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자들은 현 부국장의 발언이 일단 엄포에 그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등이 북한에 완전하고 정확한 신고서 제출을 재촉하자 코너에 몰린 북한이 자신들도 ‘할 말이 있다’며 일종의 반격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언급이 행동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상당하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의 신고.불능화 완료까지 지원하기로 한 중유 45만t과 중유 50만t에 상응하는 경제.에너지 지원 중 현재까지 중유 15만t과 중유 수 만t에 해당하는 철강재 5천10t이 제공됐을 뿐이어서 북한으로서는 ‘에너지 지원 속도를 보고 신고.불능화를 하겠다’는 주장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지난 8월 경제.에너지 실무회의에서 북한이 에너지 지원이 비핵화 조치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할지라도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북한 입장에서는 충분히 에너지 제공이 늦어지는 데 불만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신고가 시한인 연말을 넘길 것으로 확실시되는 상태에서 핵불능화마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까지 겹친다면 2.13합의 이후 긍정적 기조를 유지해 오던 6자회담의 분위기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미국 내 대북 강경파들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한 가운데 내년 2월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도 현 정부보다 훨씬 강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외교 당국자는 “북한과 미국 어느 쪽도 ‘판을 접자’는 입장은 아니니 아직까지는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 “시한인 연말을 넘기더라도 지금의 협상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핵신고가 지연되면서 이미 ‘연내 개최’가 물건너 간 3단계 비핵화 즉, ‘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과 이를 계기로 열기로 했던 6자 외무장관 회담은 물론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다자간 포럼 출범 등 일정도 줄줄이 기약없이 연기될 가능성은 높아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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