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폐쇄 개념정리, 사찰단 규모·활동범위 규정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13~14일 북한 방문은 실질적인 북한 핵폐기 과정의 첫 단추가 될 것이란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북한은 ‘2.13 합의’에 따라 60일 안에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 IAEA 사찰단 수용 등을 이행해야 하지만 아직 이 분야에서 가시화된 것이 없는 것은 물론 사찰의 범위 등도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엘바라데이 총장의 이번 방북을 계기로 영변 핵시설 폐쇄 및 봉인의 개념이 정확히 규정되고 IAEA 사찰단의 규모 및 활동 범위가 결정돼 사실상 ‘핵폐기 과정’의 초석이 마련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 뿐 아니라 2002년 제2차 북핵위기를 계기로 사실상 IAEA와 관계를 끊었던 북한이 국제 비확산의 질서와 ‘화해’하는 첫 단계 조치로서의 상징적 의미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IAEA사무총장, 북측과 무엇을 협의하나 = ‘2.13 합의’는 북한이 이행할 초기조치로 “모든 필요한 감시 및 검증활동을 수행하기 위해 IAEA 요원을 복귀토록 초청한다”고 규정하면서 이를 “IAEA와의 합의에 따라” 하도록 했다.

그런 만큼 사무총장의 방북을 계기로 북측과 IAEA는 북한의 핵시설 폐쇄.봉인 조치를 감시할 IAEA 사찰단의 권한 및 활동 범위, 사찰단 규모 등을 협의해 모종의 합의를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북한이 IAEA 사찰단에 어느 정도 권한을 부여하느냐는 북한이 핵폐기에 얼마나 적극성을 갖고 있는지, 또 미국 등 6자회담 나머지 참가국들의 상응조치 공약을 신뢰하는지 여부를 가늠할 하나의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02년 북한이 IAEA사찰단을 추방하기 전까지 사찰단의 북한내 역할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동결된 영변 5MW 원자로 등 5개 동결 대상 시설이 실제로 동결 상태인지를 감시하는 선에 머물렀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과 북측 합의에 따라 입북할 IAEA 요원들 역시 기본적으로 영변 핵시설들이 북한이 약속한 대로 폐쇄.봉인돼 있는지를 감시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이상의 활동을 할 수 있을지는 북한과 IAEA간 협의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프로그램 전면 신고 및 검증이 이뤄지기 이전인 이른바 ‘초기단계’에서는 보유한 핵무기 등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급적 IAEA의 활동범위를 영변 핵시설로 제한하려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반면 IAEA측은 가급적 활동 범위를 넓게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돼 IAEA 사찰단의 활동 범위, 감시 대상 등에 대한 협의는 엘바라데이 총장 방북의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또 북한이 이행하기로 한 핵시설 폐쇄.봉인 조치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엘바라데이 사무총장 일행의 중요 임무 중 하나로 꼽힌다.

◇IAEA-북한 관계 복원 출발점 되나 = IAEA 사무총장의 방북은 IAEA로 대표되는 국제 비확산 체제와 북한간의 관계 복원 측면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북.미 제네바합의에 따라 IAEA 사찰단은 1994년부터 영변 등지에 체류하며 북한의 핵시설 동결을 감시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2차 북핵위기 발발 후 2002년 12월 핵시설 재가동을 전격 결정하고 봉인과 감시 카메라를 제거한 데 이어 IAEA 사찰단을 추방했다.

이어 북한이 2003년 1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그해 2월 IAEA 특별이사회가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보고할 것을 결의하면서 IAEA와 북한 간의 협력 관계는 사실상 단절됐다.

때문에 IAEA사무총장의 방북은 국제 비확산 체제가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첫 걸음으로서도 의미가 있는 셈이다.
아울러 북한 입장에서도 ‘오매불망’ 원하는 경수로를 얻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IAEA와 NPT의 질서 안으로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들로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의 방북은 북한과 국제사회의 이해가 상당 부분 일치하는 상황에서 이뤄지게 돼 그 성과에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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