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시설 동결.폐쇄.불능화 개념은

북한이 조만간 2.13 합의에 따라 핵시설 폐쇄 조치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핵시설 동결.폐쇄.불능화 개념에 새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결’은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를 계기로 일반에 알려진 개념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영변 원자로에 적용한 조치이다. ‘폐쇄’와 ‘불능화’는 6자회담을 통해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앞으로 2.13합의 이행과정에서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결(freeze) = 원자력 발전소는 우라늄 원료를 사용하는 원자로와 냉각계통, 그리고 발전으로 연결되는 증기터빈계통으로 구성된다.

북한의 5㎿ 원자로는 사실상 발전용이 아니기 때문에 핵무기 제조용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는 원자로가 주요 동결의 대상이다. 그리고 이른바 ’사용후 연료봉’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설비인 재처리시설(방사화학실험실)이나 핵연료봉 제조공장도 동결시켜야 한다.

우선 원자로를 동결시키는 방법으로는 가동중단 후에 원자로 출입문을 봉쇄하고 출입문을 IAEA가 특수 제작한 철선으로 묶어놓고 고유번호가 부여된 표식을 부착하면 된다.

원자로 내부로 들어가서는 주요 구성 설비가 작동하지 않도록 세부적으로 특수 봉인장치를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원자로는 돔 형식의 건물외벽 안에 자리하고 있다. 외벽의 출입구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면 원자로가 있는데, 그 구조는 제어봉 구동장치와 상부 제어봉 안내관, 냉각재 입구, 노심지지 구조물, 냉각재 출구, 원자로 용기, 원전 연료 집합체, 노심내계측기 등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각각의 가동중단된 설비에 IAEA 전문가들이 철선 등으로 봉인장치를 하고 감시카메라를 세우면 동결이 마무리된다.

재처리시설인 방사화학실험실과 핵연료봉 제조공장은 원자로에 비해 설비가 단순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뒤 주조종실 등을 봉인하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제네바 합의 이후 IAEA 전문가들은 동결 대상인 주요 영변 핵시설에 800군데의 봉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북한의 5㎿ 원자로는 흑연감속로(흑연을 중성자의 속도를 줄이는 재료로 쓰는 형식)다. 한국의 울진 등에 있는 경수로는 경수(일반적 증류수와 비슷)를 중성자 감속 재료를 쓰는 원자력 발전소다.

흑연감속로는 특히 플루토늄을 생산하는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제네바 합의 이후 핵시설 동결 기간 원자로 등의 기능유지 및 보수를 위해 수시로 핵시설 내부로 출입했다.

▲폐쇄(shut down) = 핵무기 제조 관련 시설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본질적인 면에서는 동결과 큰 차이가 없는 개념이다.

다만 폐쇄 조치 이후 핵시설에 북한 원자력 전문가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것이 우선적 특징이다.

현재 IAEA 실무대표단이 북한측과 합의한 폐쇄 조치는 제네바 합의 당시의 동결조치를 사실상 기본으로 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동결과 폐쇄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원자로와 방사화학실험실 등의 출입문을 봉인조치하고 원자로 내부의 주요 시설 등의 재가동을 사실상 차단하는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원자로 노심 주변 설비를 통제하는 주제어실의 운영을 확실하게 정지시키는 것과 원자로를 가동하는데 필수 시설인 전력계통을 막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폐쇄’가 마무리된 뒤 북한이 다시 원자로를 가동하려면 과거 ‘동결’ 때보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제네바 합의때의 동결이 10년 이상 그 상태를 유지한다는 전제 하에 취해진 조치인 반면 폐쇄는 수개월내 ‘불능화’란 후속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기 때문에 후속작업을 용이하게 하는 조치 등도 마련된 것으로 알려진다.

▲불능화(disablement) = 불능화는 말 그대로 핵시설을 쓰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원자로를 대상으로 말하자면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외벽을 부수고 ’콘크리트 산’을 만들어 사실상 원자로를 그 자리에서 폐기하는 것도 불능화다.

좀 더 세부적으로 말하면 원자로의 가장 중요한 설비인 노심과 제어봉 구동장치 등을 빼낸 뒤 빈 공간을 특수물체로 막아버리는 방법도 있다.

냉각재의 출구를 막거나 원전 원료 계통을 차단하는 등 불능화를 하기 위한 방안은 수도 없이 많다.

쉽게 하자면 원자로 가동을 전체적으로 지휘하는 주제어실을 부숴버리면 원자로는 불능화될 수도 있다.

이렇게하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의 가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핵시설 폐기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를 게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6자회담 차원에서 어떤 불능화를 선택할 지는 북한과 나머지 5개국간 치열한 신경전을 거쳐야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도 2.13합의 당시 불능화를 자신들 용어로 ‘무력화’로 표현하면서 ‘황소를 거세하는 일’에 비유한 바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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