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당(黨) 대회 이후 북한의 대학 선호 순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부동의 1위였던 김일성종합대학의 인기가 사그라드는 반면,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이 급부상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19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고위층 가정의 대학 진로 전략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월 말 대학 결정을 앞두고 김정은국방종합대학 등 군사 전문 대학에 일종의 선(線)을 대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과학기술대학 등 전통적인 인기 대학이 조금씩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는 뜻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8차 당 대회 때 ‘군력 강화’를 강조한 것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즉 다탄두 개별 유도기술, 핵 추진 잠수함,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을 추진할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도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를 명시한 모습을 지켜본 고위 간부들이 빠른 상황 판단으로 자녀 미래를 설계하고 나선 셈이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다들 군 관련 기술을 공부해야 앞으로 자녀들이 떵떵거리면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양상은 전통적인 군 출신 가문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다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전과는 달리 ‘상징성’ 보다는 ‘실리성’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난의 행군(1990년대 중후반 대량아사시기)과 화폐개혁(2009년 11월)을 겪으면서도 군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른바 충성분자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김일성종합대는 일종의 올바른 군 일꾼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관문’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이들조차도 당 정책에 입각해 전망을 내다보면서 대학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군 간부들 사이에서 ‘이제부터 미래는 핵·로케트(미사일) 연구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면서 “‘자식들이 군 관련 대학을 가야 앞길이 있고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뺏기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김정은국방종합대는 원래 수재들만 가는 곳이라 예전엔 갈 엄두도 못 내던 곳”이라면서 “이에 따라 최근엔 (인사 담당 간부에게) 돈을 엄청나게 바치면서까지 어떻게든 뽄트(TO)를 잡으려고 한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김정은국방종합대는 국방과학원 산하 교육기관으로, 핵,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생화학무기 등 이른바 비대칭전력에 관한 교육과 인재육성은 물론 무기 개발에도 적극 가담해왔다.
이에 따라 2019년 10월경 김 위원장 명령에 의해 이 대학 전체가 비밀기지로 지정됐었지만, 북한 당국은 작년 당 창건 75주년 기념(10·10) 열병식 때 이 대학을 처음으로 공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