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집착 김정은, 체제 약화·레짐 체인지 자초”

북한이 예상과 달리 5차 핵실험 없이 제7차 당(黨) 대회를 개최한 것은 유화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림수란 관측이 나온다. 당 대회가 열리는 5월은 대북제재가 본격 가동되는 시점이고 춘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북한이 마냥 강경일변도 입장을 고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북한의 이러한 의도와 달리, 전문가들은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로 자충수를 둔 북한이 이와 같은 제스처로 대외관계를 풀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북한 대외 무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마저 대북압박에 적극 나서고 있어, 실질적인 핵 포기 없이는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사진)는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당 대회 이후) 택할 수 있는 개혁개방 방법은 결국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중국식 모델을 따라가는 것이나, 현재로선 그런 그림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고강도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데다, 북한 역시 수그러들지 않고 중국을 겨냥해 비판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가시화될 때 중국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중국이 ‘경제 협력’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긴 어렵다”면서 “북한 역시 북중 간 경제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대내외 경제 계획을 구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중국의 대북정책 변화 기조에 관해 “중국으로선 여전히 북한 문제에 관해 일정의 지분을 갖고 협상에 나서길 원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은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중 밀무역이나 탈북민 인권 문제, 중국 내 북한식당 문제 등에 관해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한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중 관계의 개선 여부를 비롯해 향후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북한에게 달렸다”면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테이블로 들어와 개혁개방을 비롯해 정상국가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북한의 붕괴’와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지겠지만, 그렇지 않고 5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또 한 번 자충수를 둔다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이 미사일 발사는 물론 당 대회까지 여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 ‘통일 대박’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의구심을 품는 데 대해 남 교수는 “오히려 지금의 국면이 사실상 통일로 가는 과정에 놓여있는 것이라 본다”고 피력했다.

그는 “물론 김정은이 여전히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상황인 만큼 합리적인 대화나 협의만을 통한 통일 준비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애초에 수령절대주의 체제가 변하지 않고는 의미 있는 통일은 불가능하다. 현 대북제재 국면은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에 가까워질 기회는 훨씬 많아지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의 변화가 일어난 건 역설적으로 동서 냉전이 고조되던 시기였고, 그것이 곧 독일 통일로 이어졌다”면서 “최근 한반도를 중심으로 급진적인 정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곧 북한의 내부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 교수는 “이럴 때는 우리 정부도 대북 제재와 별도로 통일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면서 “내부적 불안정성이 커진 북한에 우리의 통일 의지는 물론 자유와 민주주의 의식을 불어넣고, 나아가 국제사회에도 한반도 통일이 곧 동북아의 불안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적극 피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음은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 북한 노동당(黨) 대회가 36년 만에 개막했다. 이번에 열리는 당 대회는 북한에서 어떤 의미를 갖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체제에선 국가 위에 당이 있다. 그 당에서 36년 만에 개최하는 대회이니 북한에서 가장 큰 권위를 자랑하는 정치적 행사인 셈이다. 이번 당 대회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당의 기본 활동 지침, 즉 당 규약이다. 수령 절대주의 체제에서 당 규약은 헌법보다 더 상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당 대회에서 당 규약 개정이 이뤄지면 그것으로 향후의 북한 국가운영 전반을 전망해볼 수도 있다. 나아가 엘리트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새롭게 제시되는 정책들을 통해, 김정은이 변형된 공산주의 즉 주체사상을 어떤 모양으로 이끌어나갈 것인지를 내다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으로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자신의 체제를 확고히 다지는 게 목표일 것이다. 그간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의 후광을 입고 그 연장선에서 지도력을 발휘했었지만, 이제는 선대(先代)에 의존하지 않고 김정은 스스로 독자적인 수령 위치에 오르려 할 것이다. 그렇다보니 이번 당 대회는 온통 김정은의 우상화, 김정은 식(式) 수령 유일체제 확립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을 전망하는 목소리도 많던데, 김정은의 우상화가 주민들에게 통할까?

북한 체제의 특성을 봤을 때, 일단 북한 내에서 김정은의 권력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도 공포통치를 통해서 측근들을 정치적으로 숙청해오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의 권력에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긴 힘들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보면, 김정은 체제를 불안정하게 만들 요소들도 상당히 많다.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시행되면서 북한 사회가 상당히 불안한 상태로 흐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과연 김정은이 보여줄 수 있는 지도자로서의 능력이 무엇이 있느냐는 것이다. 주민들의 생활을 나아지게 한다든지, 국가 경제를 발전시킨다든지 하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딱히 김정은을 믿고 따를 만한 업적이 없는 상태다. 계속되는 숙청 등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도 내면적인 충성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김정은 측근들 역시 이제는 생존하기 위한 충성을 하고 있을 뿐이고, 김정은 스스로 역시 권력을 놓치지 않는 데 급급한 리더십을 발휘할 뿐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인해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완전히 고립됐다는 것 또한 북한의 숨통을 조여 오고 있다. 현재 북한으로서는 대외활동이라는 것을 거의 못하는 상황인 데다, 통치 자금으로 써온 외화도 벌어들이지 못하게 됐다. 대외관계도 파탄이 나 이번 당 대회에 과연 해외 사절단이라도 방문하지 않았다. 36년 전에 열렸던 제6차 당 대회에 중국과 소련을 포함한 100여 개 국가 이상의 사절단이 방북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진 것이다. 사실상 이번 당 대회가 집안 잔치로 끝날 것이란 얘기다.

때문에 사면초가에 빠진 북한이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갈지가 관건이다. 만약 지금의 불안정성을 극복해낸다면 김정은의 리더십도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북한 당국이 처한 어려움이 주민들 사이에서 재확인되거나 혹은 더 위태로운 상황으로 이르게 되면 김정은 체제에 상당한 균열이 야기될 것으로 보인다.

– 체제 균열을 염두에 둔 것인지,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공포통치를 앞세워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단행해왔다. 당 대회를 기점으로 당 내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은데.

김정은으로서는 당 중심의 정치를 함으로써 이른바 ‘정상국가’로서의 운영을 해가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부 인사들에 대한 숙청과 당 조직 인사들의 영향력 확대를 거치면서, 김정은 집권 4년 동안 세대교체가 꽤 크게 이뤄졌다. 김영남 등 아직까지 당 내 현직에 남아 있는 고위 원로들도 많지만, 이들이 이번 당 대회를 기점으로 은퇴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동시에 20, 30대 인사들을 상당수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북한의 20, 30대들은 소위 말하는 ‘장마당 세대’로, 이제까지의 북한 주민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후반 대기근 당시에 태어나 국가의 배급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살아남아야 했다. 그러니 주체사상과 같은 이념이나 선전에는 별 관심이 없고, 대신 한류(韓流)를 비롯한 외부 정보나 시장경제에 더 큰 호기심을 보인다. 김정은으로서는 2030세대에게 이념적 순수성과 정치적 충성을 기대하겠지만, 과연 이들을 엘리트 그룹으로 앉혀둔다고 해서 김정은의 의도가 먹혀들까 싶다.

–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총 비서’ 또는 ‘주석’ 직책을 달면서까지 우상화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어떻게 보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의 현재 직책인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선군정치를 앞세우던 김정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을 앞세우려는 김정은의 계획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김정일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호칭이 따라붙은 셈이기 때문에, 당 대회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다지려하는 김정은이 아예 별도의 지도자 호칭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일성의 ‘주석’ 직책을 이을 수도 있고, 최고 지도자를 상징하는 새로운 칭호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 정치 외에 경제 부문은 어떤가. 신년사에서 밝힌대로, 경제강국을 건설하기 위한 계획을 이번 당 대회에서 발표할까?

북한의 식량 상황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졌다는 평가가 많지만, 이건 북한의 시장이 그만큼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김정은은 집권과 함께 주민들의 생활을 개선하겠다고 호언장담을 했지만, 막상 김정은에 의한 경제 개선은 딱히 이뤄진 게 없다. 오히려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널리 퍼진 시장과 개인 소유를 장려하는 농업 분야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2년 전 19개 경제개발특구를 만들겠다고 선포했고, 나진·선봉 무역지대 등을 종합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단히 많은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했던 건데, 문제는 현재 외부로부터 그 어떤 자본 혹은 기술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야심차게 발표했던 개발특구가 가동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당 대회를 통해서 경제 분야에 있어 많은 부분이 변화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나오지만, 북한이 그럴 만한 형편이 못 된다는 것부터 분명히 하자. 대신에 김정은 시대에 들어 시험적으로 해왔던 6.28 조치나 5.30 조치들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가능성은 있다. 자율 경영이라든가 인센티브 제공, 또는 개인 소유 장려 등의 방법으로 생산력을 높이는 것이다.

– 북한의 대외 개방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내다보나? 설령 북한이 개방을 하더라도 자칫 체제 유지에 위협이 될 것을 우려해 제한적인 개방에 그칠 것이란 진단도 나온다.

북한이 택할 수 있는 개혁개방 방법은 결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식 모델을 따라가는 것뿐인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그림도 기대하기 어렵다. 4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데다, 북한 역시 중국을 겨냥해 비판적인 말도 서슴지 않고 던지고 있지 않나. 대외무역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던 북한으로서는, 북중 간 경제교류가 중단된 이 상황에서 획기적인 경제 계획을 구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으로서는 중국도 어떤 형태가 됐든 북한을 도와주긴 어려운 형국이다.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가시화될 때 중국의 역할을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중국이 ‘경제 협력’과 같은 방식으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는 힘들 것이다.

– 중국이 점차 북한을 포기해가는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뜻인가?
 
글쎄, 중국이 북한을 ‘포기’할 것이냐는 문제는 좀 다른 얘기다. 중국 역시 북한 문제에 있어 일정의 지분을 갖고 협상에 나서려 할 것이다. 다만 중국도 북한의 핵 문제를 비롯해 북중 간 밀무역 문제, 탈북민들의 인권 문제, 중국 내 북한 식당 문제 등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물론 북한의 급변 사태나 체제 붕괴의 상황이 초래된다면, 중국도 가만히 있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한을 중국식으로 변화시키거나 중국 영향권 내에 두려고 하겠지. 그러나 지금처럼 국제사회가 북한을 적대시 하는 상황에서는 중국도 북한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북중 관계의 개선 여부, 그리고 북한에 특정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어떤 국면으로 전환될 것인지의 전망은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일단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 당 대회 전후 5차 핵실험을 비롯해 북한의 도발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실패에 그친 세 차례의 미사일 발사를 제외하곤 사뭇 잠잠했다. 어떻게 된 건가?

당 대회를 앞두고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에 가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당 대회 이후로도 5차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당 대회 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건, 북한이 무언가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국제사회와 맞대결을 하는 국면으로 갈 것이냐, 아니면 조금은 유화 정책으로 전환을 할 것이냐 갈팡질팡 하는 것이다. 즉 당 대회 전 핵실험이 이뤄지지 않았으므로, 당 대회에서 대외관계와 관련해 보다 유연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북한의 입장 변화가 대북 제재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나? 현재 시행 중인 대북 제재에 대한 평가도 부탁드린다.

대북 제재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는데, 오히려 북중 무역은 12%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대북 제재에 구멍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이 귀국하는 행태라든지, 북한이 자체적으로 ‘제2의 고난의 행군’까지 운운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인내를 강조하는 걸 보면 대북 제재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인내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지금의 대북 제재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번 제재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번 제재는 종전의 방식과는 달리 김정은 정권의 레짐 체인지까지도 생각한 채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아마 북한이 5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추가 제재가 가해질 게 분명하다.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말 하진 않더라도, 사실상 북한 핵문제라는 건 김정은 정권이 없어져야만 해결되는 게 아닌가. 김정은은 핵 없이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 핵을 내부 결속과 대외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핵포기를 겨냥한 대북 제재가 길어질수록 덩달아 ‘핵밖에 없는’ 김정은 정권 역시 점점 취약해진다는 뜻이다. 핵 이외에 현재의 북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면, 작금의 대북 제재가 레짐 체인지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정권 교체를 넘어 북한 체제 변화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긴가?

물론 당장 예단하긴 어렵다. 북한 내부에 새로운 체제를 확립할만한 세력이나 주도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 정권이 무너진다 해도 당장 대안적인 체제를 찾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다만 외부의 영향이 투입되면 어느 정도 체제 재정비는 가능할 것이다.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는 데다, 중국 측에서 인사를 파견해 상황 정리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북한에서 일어날 정치적 변동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북한 내에서 자발적인 변화가 일어날 소지는 분명히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공포정치로 인해 쉽게 표현되고 있지 않을 뿐이지, 북한 내부에서는 상당한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장마당을 중심으로 북한 사회 자체가 자본화돼 가고 있는 데다, 엘리트 계층에서 현재의 북한 체제에 심각성을 갖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연 김정은이 지금의 통치 스타일만으로 북한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당 대회 이후의 대남 전략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정찰총국장을 오랫동안 지낸 김영철이 현재 대남 비서를 맡고 있지 않나.

김영철이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도발을 주도했던 인물인 만큼, 대남전략에 있어서도 김양건 시절과는 달리 매우 강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 사건 이후 매우 강력한 체제 수호를 하고 있다. 만약 김영철이 해당 임무를 맡게 됐다면,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공작이나 대남 도발, 탈북민 통제, 북중 국경 지역에서의 납치 등에 나설 수도 있다. 때문에 대남 관계에 있어서 대화 분위기는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으로선 현재 남한을 압박하려는 전략뿐인 것으로 보인다.

–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일’이라는 키워드가 허황된 울림이 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래도 4차 핵실험 이후 국민들이 ‘통일 준비’ ‘통일 대박’이라는 말들에 대해 과연 이게 현실적일까 의구심을 갖는 것 같다. 그러나 본인은 지금의 국면이 사실상 통일로 가는 과정에 놓여있는 것이라 본다. 물론 김정은 체제가 저렇게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상황인 만큼, 합리적인 대화나 협의를 통해 통일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애초에 수령절대주의 체제가 변화하지 않고는 의미 있는 대화나 통일은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알아둬야 한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롯해 한국의 대북 정책 역시 어떤 의미든 간에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통일로 가까워지는 기회는 상당히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다만 이럴 때에는 우리 정부도 대북 제재 국면과 별개로 통일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특히 북한에서 기인하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의 변화와 인권 개선의 방향으로 통일을 준비할 수 있도록 통일 정책의 기반을 닦는 데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겠다. 오랜 시간 끝에 제정된 북한인권법과 3만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을 통해 북한 내부에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을 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통일이라는 건 원래 모든 조건이 좋은 상황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위기 국면에서 통일로 가는 길이 활짝 열릴 수 있다.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의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을 시기는 역설적으로 동서 냉전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그것이 독일 통일로 이어졌고. 한반도를 중심으로 급진적인 정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만, 이는 곧 북한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 내부에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통일 의지를 전달해야 할 때다.

–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야 하는 ‘대북 정책’과 일관성을 갖고 유지해야 하는 ‘통일 정책’을 병행해야 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향후의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해본다면?

북핵 폐기를 위한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해 북한의 도발을 강력한 군사력으로 막아내야 한다. 또한 한중 외교를 통해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이끌어나가는 동시에, 중국에게도 지금처럼 대북 공조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해야 할 것이다. 필요시 북한을 제외한 한·미·일·중·러 5개 국가들끼리 북핵 문제를 위한 다자간 협의도 주도할 필요가 있다.

한편 압박 일변도의 대북 제재만이 아니라, 남북한의 평화 통일을 위한 메시지도 꾸준히 피력해야 한다. 남북통일이 한반도뿐만이 아니라 동북아의 불안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뜻을 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통일 이후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이 정세 변화를 우려함에 따라 갈등이 야기되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동시에 우리 국민들에게도 통일에 대한 의지를 심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통일 준비’가 결코 비현실적인 외침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통일이 됐을 경우 국민 개개인이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키는 북한이 잡고 있다. 작금의 상황 속에서 북한이 강경일변도로 나갈 경우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물론, 결국 레짐 체인지라는 결과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반대로 북한이 국제사회 테이블로 들어와 개혁개방을 비롯해 정상국가로 나아가게 된다면, ‘북한의 붕괴’와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이번 당 대회를 통해 북한이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향후 북한의 운명을 좌지우지 할 것이다. 물론 이는 한반도의 장래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우리가 별도로 염두에 둘 필요는 없겠지만, 김정은 체제가 과연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그리고 그 이후의 체제가 들어서는 데 있어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늘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이 역시 국제사회의 동의와 지지를 얻어가며 추진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