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없으면 이라크 된다” 김정일 본심?

김정일이 지난 2002 9월 평양을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에게북한의 생존권을 위해 핵을 포기할 수 없다핵을 포기하면 이라크처럼 될까 두렵다고 말한 내용이 일본 외무성 극비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김정일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와 중국도 북한이 핵을 갖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일이 핵을 포기하면 이라크처럼 될까 두렵다고 말한 것은 절반의 진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일은 미국이 2001 9·11 사태 이후 반()테러전쟁을 시작하면서 이라크처럼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강력히 요구 받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김정일은 체제 방어 논리를 내세워 핵개발을 합리화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가졌다. 즉, 미국의 선제공격 논리를 과장해 국제사회에서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고 나아가 핵무기를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당시 2002 9월은 이라크 전쟁 개전 이지만 미국이 이라크를 향해 대량살상무기를 공개 폐기할 것을 촉구하면서 전쟁 위협을 가하던 때이다. 20033월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은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에 들어갔고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켰다.


 


이에 앞서 2002 1월 미국 부시 대통령은 WMD 개발, 반미성향, 1인 독재국가라는 이유로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an axis of evil)으로 지목했다. 미국은 당시 북한이 우라늄 농축 방식으로 핵개발을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였다.


 


김정일은 개혁개방을 거부하면서 남한과 체제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대내외용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안보 위협을 내세워 체제 안전용이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김정일은 부시 정권이 다양한 형태로 체제 보장 약속을 한 이후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볼 때 북한은 핵무기를 협상용이자 보유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북한의 전략은 그 동안 몇 차례 성공을 거두면서 핵무기 증산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왔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무기 보유에 동의했다는 김정일의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의 실제 태도와 다르게 김정일의 기대감이 반영됐을 확률이 크다.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북한에 핵 개발을 동의했다는 점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견지해온 핵 정책과 모순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