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는 北 정권의 그림자, 싸움 대상 바꿔야

북한이 12일 오전 11시 58분 경 핵실험을 단행했다. 이달 초 핵실험에 대한 기술적 준비를 완료한 다음 북한 설 연휴(10-12일) 마지막 날을 선택해 최종 버튼을 눌렀다. 우리의 설 연휴 직후였다. 북한이 통일신보를 통해 ‘핵실험 지레짐작’ 보도를 흘렸지만 미사일 발사 당시 가림막 설치와 같은 기만 전술임이 드러났다. 북한의 그간 행보는 핵실험 실행 날짜가 진작 결정된 상태에서 약간의 뜸을 들였을 뿐 한국과 국제사회의 반대 여론에 전혀 흔들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후원국인 중국의 적극적인 만류도 북한의 이번 핵실험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재차 확인됐다. 


이번 핵실험의 최종 결정자는 김정은이다. 김정은도 그의 아버지 김정일처럼 핵무기를 놓으면 국가와 체제의 안보를 지키기 어렵다는 核(핵) 신봉자임이 분명해 보인다. 권력은 세습했지만 장기 생존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대문에 선대(先代)가 물려준 핵무기는 신성 불가침의 영역으로 간주할 것이다. 핵무기를 놓는 순간 주변국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정권을 우습게 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꽉 차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사고 패턴에서는 다가올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도 핵 개발로 얻는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이처럼 북한의 핵전략은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집권층의 특권은 보장받기 위한 극단적이면서 공고한 생존 전술인 것이다.


김정은은 당분간 국제사회의 제재나 설득에도 최고 수준의 핵무기(핵탄두 탑재 ICBM) 보유가 국가의 제일의 목표라는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과 핵실험을 반복하면서 미국을 향해 ‘핵군축과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하고, 이 과정에서 떨어지는 경제적 콩고물을 챙기려 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전술과 태도를 상정해 놓고 보면, 그 동안 중국의 주도 아래 북한의 비핵화의 단계적 이행을 추구했던 6자회담, 북한의 도발에 따라 제재 수위를 조금씩 높여왔던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정권이 바뀔 때마다 미세한 방법상 차이는 있었으나 거의 대동소이했던 한국 정부의 비핵화 유도 정책은 현실적인 해답이 아님이 명백하다.


북한 핵 문제에서 중국의 지위는 여전히 중요하다. 계속되는 유엔 제재 결의안이 실효성이 없었던 것은 중국이 북한에게 뒷문을 열어줬기 때문이고, 체제 유지에 필요한 부족한 자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앞뒤 다른 행동에 화를 낸다고 도움 될 것은 없다.  중국을 통한 북한 비핵화 노력은 한층 더 집요해질 필요가 있다. 중국의 새 지도부가 북한 핵 문제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도록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만, 중국이라도 압력 차원의 비핵화 유도는 어불성설인 만큼 체제 문제로 초점을 모아야 한다. 북한의 행동이 동북아의 핵 도미노를 불러오는 등 중국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유엔을 통해 외교적 부담을 키워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내세워온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시작 단계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안보를 중시해온 박 당선인의 스타일을 볼 때도 당장 회유책을 꺼내 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잘못된 행위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교류 협력을 통한 개입력 확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균형감각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 교류 협력과 함께 체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플랜B도 병행돼야 한다. 박 당선인이 이러한 전략적 접근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면 그를 보좌하는 인사들의 혜안이 보태져야 한다. 핵무기라는 북한 정권의 그림자와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는 故황장엽 선생의 고언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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