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구호’ 사라진 북한…뭘 의미할까

신년 들어 북한을 방문한 인사들은 평양의 가장 달라진 모습으로 작년 말까지 온 시내를 도배하듯 했던 ’핵보유국’ 축하 구호가 사라진 점을 일제히 꼽고 있다.

이런 모습은 불과 얼마 전까지 미국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설을 제기했던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눈길을 끌 만한 장면임에는 분명하다.

현재 평양 시내를 채우고 있는 다양한 구호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민생활 향상“이라는 쪽으로 모아진다. 최근 북한의 관영 매체들도 경제 관련 소식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북한이 이달 1일 발표한 신년 공동사설 역시 ”경제건설의 최우선 과제는 인민생활 향상“이라고 선언했던 만큼 이같은 변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핵실험 직후 ”이제는 경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핵개발의 명분 가운데 하나로 재래식 군비에 투입되는 국방비를 절약해 인민생활 향상에 돌리려는 것이라고 해온 북한의 주장과도 맥락이 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구호는 농업증산과 경공업 제품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정책 목표로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뜻하는 태양절(4.15) 95돌과 조선인민군 창건(4.25) 75돌이 겹치는 해.

실제로 평양시내에서는 인민생활 향상과 더불어 이들 두 기념일을 맞아 ’일대전환’을 이룩하자는 내용의 구호가 곳곳에서 목격됐다고 최근 평양을 방문한 인사들은 전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올해가 조선인민군 창건 75돌이 되는 해임에도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의미하는 구호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핵개발은 군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고 바로 이들이 북한의 대외적 강경 행보를 추동하는 집단으로 꼽히고 있다.

그런데 군부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뜻깊은’ 기념일을 맞아 한번쯤은 대외적으로 무력을 과시해보는 기회를 꿈꿔 볼 법한데도 명시적으로 이런 ’발톱’을 내보이지 않고 있는 것.

중국의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설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북한이 6자회담에서 만족한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군 창건일을 계기로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만큼 북한의 입장에서는 군 창건 75돌이 갖는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는 얘기인 셈이다.

최근 북미 양국이 베를린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베를린에서 3차례나 접촉을 갖고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논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북한이 올해 최대 목표를 ’인민생활 향상’으로 정한 만큼 당분간 강경 행보를 자제하고 대화를 통해 경제발전에 필요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도 인민생활 향상 및 경제 재건이라는 최우선 목표수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외부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번 북미 베를린 양자 접촉도 북한의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측면에서 핵구호가 사라진 북한의 신년 풍경은 올해 한 해는 긴장 고조를 최대한 자제하고 대화에 주력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향후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