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경제 병진노선 고수 北과 정상회담 어렵다

북한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대외적 고립에 처해있는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데다, 집권 3년차를 맞는 박근혜 정부도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내비치면서 올해 안에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개최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 회담에서 남북이 관계개선의 단초를 마련하고, 천안함 사건의 매듭에 따른 5·24 대북 제재 조치의 해제까지 이뤄진다면,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보다 높게 제기될 것이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개발 고수하는 한 남북 정상회담은 어려워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기는 어렵다.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우리나라가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으로 비춰지게 되기 때문이다.


대북 화해정책을 펼쳤던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도 북한이 핵포기 과정에 있는 상태에서 가능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2000년 정상회담 당시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른 핵동결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영변 핵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이를 해체하기로 하는 합의가 진행 중인 상태였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가 핵에 대한 부담 없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간의 2007년 정상회담도 북한이 ‘2·13 합의’에 따른 핵포기 조치 이행단계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북한은 1년 전인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곧 북미간의 협의를 거쳐 6자회담에 복귀했고 ‘2·13 합의’를 통해 핵시설 폐쇄 조치에 합의했다. 2007년 ’10·4 정상선언’ 합의가 나오기 하루 전에는 베이징에서 ’10·3 합의’를 통해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 조치가 합의됐는데, 이런 핵포기 절차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정상회담에서 핵에 대한 부담 없이 북한과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1994년 제네바 합의나 2·13 10·3 합의 등은 지금 모두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북한이 앞으로 또다른 핵포기 관련 합의를 하더라도 과연 제대로 지켜질 것인 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이 핵포기와 관련된 협상에 참여해 일정 정도 과정이 진행 중이어야, 우리 정부가 핵에 대한 부담 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논의하는 정상회담을 가질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남북관계 개선의 목표를 찾아야


김정은 제1비서는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핵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다지겠다”는 점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김정은 제1비서와 정상회담을 가지기 어렵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라도 북한이 핵포기 의사를 밝한다면 모르겠으나, 핵문제를 미국과의 주요 협상카드로 생각하는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핵포기 의사를 밝힐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결국,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남북관계 개선의 지점은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거창한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5·24 조치로 꽉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트는 것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극적인 진전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모든 것을 막아놓은 채로 가는 것은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5·24 조치의 해제를 통해 남북이 저강도의 교류협력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다만, 5·24 조치의 해제를 위해서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입장 표명이 필수적인 만큼, 이 부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큰 남북관계의 과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지금 정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다. 다음달 말 키리졸브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 북한과의 대화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음달 말 전에 남북대화를 궤도 위에 올려놓지 못한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소니사 해킹으로 인한 북미관계의 대립이 남북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국발 변수를 적절히 관리하면서 지금 시점에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현실적 목표를 향해 차분히 한발한발 내디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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