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하는데 개성공단 재개? 北 태도변화 유도 노력에 역행”

개성공단 가동 중단 1년을 맞으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공단 재개 여부에 관해 이견이 교차하고 있지만, 일단 현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를 전환적으로 다룰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인다면 공단을 대북제재 출구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김정은이 핵으로 정권 유지를 도모하는 만큼 사실상 재개 문제는 ‘북한 체제 변화’라는 난제를 전제조건으로 안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가 실행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공단 재개를 검토하는 건 국제사회 공조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7일 언론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임금 사용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서 공단을 재개하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건 북핵문제 핵심 당사국인 우리 스스로가 국제사회의 노력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선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현 시점에서 공단 재개는) 여러 국가들의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며, 결과적으로 제재 효과를 반감시킴으로써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단 중단으로) 북한 근로자 임금 등으로 연간 1억불 이상 유입되던 외화도 차단돼 북한 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됐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개성공단 문을 다시 열게 할 첩경”이라면서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한걸음 들어온다면, 개성공단 문제 논의가 국제사회와 함께 대북제재 터널의 출구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안보리 결의안에 개성공단 언급이 없어 남북경협 차원에서 재개하는 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는 개성공단 운영 과정에서 안보리 결의안 2321호 조항을 위반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입장이다. 

실제 안보리 결의 2321호 중 ▲금융기관과 은행 계좌 폐쇄(31항)▲대북 무역 위한 모든 공적·사적 금융 지원 제공 금지(32항)▲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될 벌크캐시(bulk cash·대량현금) 제공 금지(35항) 등의 조항을 준수하려면 설령 개성공단을 재개하더라도 노동자들 임금 지급부터 공단 입주 기업들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다.

우선 그간 개성공단 측 북한 노동자 월급은 우리 입주 기업들이 공단 내 개설된 우리은행 지점에 입금, 이를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수금해가는 식으로 지불됐지만 이는 결의안 2321호 31항에 저촉된다. 이 돈이 전액 노동당으로 들어가 통치자금에 쓰인다는 의혹도 공단 재개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의혹도 없애고 안보리 결의도 준수하려면 현금 대신 현물 지급 방식을 택해야 하지만, 북측은 남북경협에서의 현물거래를 일절 거부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 역시 공단이 재개되더라도 운영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공단 중단 전 정부는 입주 기업에 공장 운영에 들어갈 자금을 지원해왔지만, 안보리 결의에 따라 대북 무역 기업으로서는 정부로부터 아무런 수출신용이나 보증, 보험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이렇다보니 정부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가 북한의 도발 위협 속 고심 끝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문제는 입주 기업들에 대한 보상이다. 당장 먹고 살 길이 끊긴 공단 입주 기업들로서는 공단 중단의 명분을 떠나 체감하는 피해 규모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소속 회원사의 실제 피해액은 1조 5000억 원 이상이나, 협회는 정부로부터 피해액의 32%에 불과한 4838억 원만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한 건 투자자산과 유동자산에 대한 것이었을 뿐, 1년 간 입은 영업 손실이나 위약금, 현지 미수금 등에 대해선 대책 없는 상태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재 지원 방식이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지원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기업 피해에 대한 ‘합리적 지원기준’을 마련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기업을 위해 국민 세금을 투입하는 것인 만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지원 기준이 중요하다는 인식 하에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피해 규모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피해 지원으로 4838억 원을 지급했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기업 사정에 맞는 맞춤형 지원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지만, 피해 전액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피해 전액지원은 정책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개성공단 중단과 같은 위험한 상황에 대비해 만든 보험제도를 형해화하고 국내 다른 기업 지원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앞으로의 남북경협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 노력에도 불구, 그 효과는 기업 여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 각각의 사정에 맞는 방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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