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해남도 해주시의 해주농업대학 학생 2명이 한국 영상물을 보고 이를 복사해 유포시킨 것으로 공개재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해주농업대학에 다니는 21살의 남자 대학생 2명이 남조선(남한) 영상물을 시청하고 두려움도 없이 이를 마구 유포시킨 죄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체포돼 지난 4일 대학 운동장에서 공개재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재판을 받은 두 명의 대학생들은 모두 부유한 집안의 자식들로, 생활상 어려움 없이 평탄한 가정환경을 이용해 학교나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청년동맹) 조직에 필요한 돈이나 물건을 바치는가 하면 여러 행사나 사회적 동원에도 마음대로 빠지는 등 비사회주의 행위를 조장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4일 오전 10시 해주농업대학 운동장에서는 시내 주요 기관의 청년동맹 간부들,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 성원 3명, 도 보위부 부부장과 안전부 부부장이 주석단에 앉은 가운데 청년 안모 군과 이모 군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다.
이 재판에서는 이들이 한국의 영상물들을 수없이 보고 이를 CD나 메모리(USB)에 복사해 다른 대학생들에게 유포시키다 8월 초 현장에서 체포된 뒤 자백한 내용이 전반적으로 알려졌다.
우선 이들은 보위부에 등록하지 않은 컴퓨터 여러 대로 한국 영상물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CD, 메모리 수백 개를 불법적으로 복사해 파는 것으로 이윤을 남기면서 그 돈을 먹고 마시고 노는 데 탕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재판에서는 이들이 이런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학과 청년동맹 조직이 이들에게 경제과제들을 맡기면서 문제 행위들을 눈감아주었기 때문으로 밝혀져 상당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는 전언이다.
이에 재판부는 “남조선 영상물을 유포해 민심을 교란하고 대중의 사상적 동요를 이끌어내는 반동 행위를 감행한 것과 같다” “자본주의적 검은 속심을 가진 있는 자들끼리 몰려다니며 반동 행위를 조장했다” “오래전부터 조직적으로 끈질기게 사상 교양해 왔지만, 이들은 끝내 사상적으로 변질됐다”는 등의 비난을 퍼부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재판부는 “적들은 우리 사회주의를 전복하려고 내부로부터 청년들을 와해시키고 반동사상문화를 침투시키려 하고 있다” “사상이 변질되면 나라까지 팔아넘기는 반역자, 매국노가 될 수 있다”면서 조직별로 청년들에 대한 사상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사건으로 황해도는 벌 둥지를 쑤셔놓은 것처럼 소란한 상태”라며 “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는 이제라도 비법적(불법적) 녹화물을 본 사람들은 다 자수하라, 자수하면 용서해주겠다고 도 안의 주민들에게 포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