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과 싸운 대홍단 선원 “조선사람이 쎄잖습니까”

지난달 30일 소말리아 모가디슈 근해에서 해적에 납치될 뻔 했다가 총격전 끝에 해적을 제압해 관심을 끈 북한선박 대홍단호의 선원들은 당시 아슬아슬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당시 해적과 총격전으로 김창식(42), 김용환(52), 한재석(47)씨가 5일 예멘 남부 아덴시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9일 이 병원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군을 본 해적이 당황한 틈을 타 숨겨둔 무기로 해적을 제압했다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맨 손으로 싸워 그들의 무기를 빼앗아 싸웠다”며 부인하고 “미군은 `상황종료’ 뒤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호원으로 올라탔던 소말리아 경찰 7명이 모가디슈에서 16㎞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해적으로 돌변, 대홍단호의 북한 선원 43명을 한 곳으로 몰아놓고 자신의 본거지로 배를 몰도록 총으로 위협했다고 했다.

김창식 씨는 “배가 모가디슈 항을 출항하려는 데 소말리아의 `대리인’이 2시간만 기다려 달라고 해 기다렸더니 경비병이라며 소말리아 경찰 2명이 탄 뒤 조금 있다가 3명이 더 탔고 1시간이 지나니 2명이 타 모두 7명과 함께 출항해다”고 말했다.

그는 “10마일(16㎞)쯤 가다가 이들이 갑자기 M-16 자동 소총으로 선장실을 장악했고 선원들을 한 쪽으로 몰아 놓고 총구를 들이대고 위협했다”며 “총을 쏘며 자신들의 소굴인 하라데레 쪽으로 배를 몰라고 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하라데레는 지난 4일 석방된 마부노 1,2호가 해적에게 6개월간 잡혀있던 곳이다.

해적들이 시키는 대로 배를 몰다가 기관실에 있던 선원 2명이 기지를 발휘했다.이들은 배를 멈췄고 이를 이상히 여긴 해적 2명이 `무슨 일이냐’며 기관실로 찾아왔다.

이들 선원 2명은 “기관이 고장났다”고 말하면서 해적들의 경계심을 풀었고 이 틈을 노려 이들이 가졌던 소총을 격투 끝에 빼앗았다.

이 때가 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이후로 3시간30분간 해적과 선원들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해적들은 조타실에 불을 질러 배를 태우려고도 했다.

선원들은 갑판에서, 해적들은 높은 곳에 위치한 조타실에서 총격을 주고받았다. 결국 김창식 씨 등과 합세한 나머지 선원들이 해적을 모두 제압했고 배를 다시 원항로로 돌릴 수 있었다.

`북한 선원이 숨겨둔 무기로 해적을 무찔렀다는 보도가 있었다’는 말에 김 씨는 “우리가 무슨 무기가 있었겠느냐”며 “맨주먹으로 해적의 총을 빼앗아 싸웠다”고 답했다.

김창식 씨는 “1시간30분만 더 갔으면 우리도 (마부노호와) 같은 처지가 됐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미 해군은 모가디슈에서 북한 선박이 납치됐다는 연락을 받고 대홍단호에 접근했지만 선내에서 총소리가 나자 주위를 선회했다.

그러다 해적이 완전히 제압되자 비로소 대홍단호에 올라 응급처치를 하고 무장해제를 확인한 뒤 해적들의 자술서를 받고나서 해적의 신병을 인도했다고 했다.

`3명이 해적 7명과 대적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북한 억양으로 “쎄잖습니까. 조선사람이 쎄잖습니까”라며 농담을 하는 여유도 보였다. 총상을 입은 이들 선원 3명의 상태는 알려진 것 보다 심각했다.

김창식 씨는 어깨의 혈관을 이식수술했고 한재석씨는 왼쪽 정강이뼈가 으스러졌으며 김용환 씨는 양쪽 다리에 파편이 수없이 박혔다. 병원 측은 이들은 열흘은 더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대홍단호엔 아직 부상자가 4명이 있으며 현재 북한으로 향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