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산 타치폰(스마트폰)으로 간부들은 대부분 망(인터넷)을 즐기는데, 주로 남조선(한국) 소식이나 최신 연속극(드라마)을 보고 있어요.”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의 한 관리자는 최근 데일리NK와 만나 이렇게 증언했다.
북한 당국이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외부정보 접촉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지만, 일부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에 접속, 남북한의 뉴스 등 각종 정보를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재차 드러난 셈이다.
그는 또 “중국에 나와 있는 관리자들은 업무와 인력 관리를 위해 손전화(휴대전화)를 쓴다”면서 “요금이 비싸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타치폰(스마트폰)이 낫다고 해 하나씩 장만하는데, 그 중에는 삼성 제품을 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이 고가임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이를 통해 해외 거주에 필요한 언어, 지리 등 각종 생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사용할 수 없는 북한과는 달리 중국에서는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스마트폰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 관리자는 “타치폰을 쓰는 동료도 대화할 때 보면 은연중에 한국(식) 말(표현)을 하고 한국 소식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북한 지도자나 당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정보를 주고받곤 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연합뉴스를 통해 한국과 조국(북한) 소식을 많이 본다”며 “누가 알려줘서 본 것이 아니라 하도 총화 때 보지 말라고 말하니 뭔지 궁금해서 더 찾아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외부정보 접촉 차단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히려 노동자들의 호기심만 자극해 역효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본인의 경험에 비춰볼 때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외부에서 전하는 북한의 소식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특히 해외 파견 노동자 중 일부는 핸드폰을 이용해서 북한 내부 소식을 주로 전달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 등을 청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뉴스 갈망’ 北 해외노동자, 스마트폰 통해 내부소식 파악”)
이처럼 태 전 공사 등 내부에서 벗어난 인물들은 더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외부 정보 욕망을 키우고 있다. 즉 이들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외부에서 평가하는 ‘북한’의 실체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통제된 정보와 체제 선전에 갇혀 있던 북한 노동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외부정보를 접하고선 북한 당국에 상당히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중국에 나와 일하다 보니 보고 느끼는 게 많아졌다”며 “중국도 잘 사는데 그보다 한국이 더 잘 사는 것을 망(인터넷)을 통해 확실히 알았고, 자연스럽게 (노동)당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무엇 때문에 이리 고생했나 생각하기도 한다”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