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北노동자 ‘근로조건·인권수준’ 개선해야”

▶전날 북한 주민들이 청취한 대북 라디오 방송 중 주요 내용을 소개합니다.


<자유조선방송/ 5월 8일>


까타르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 90명이 집단 해고됐습니다. 현지에 나가 있는 북한 감독관들이 노동자들에게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강요하는 등 현지 노동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자들에게 제공하는 식량마저 기준에 미달했고 건설공사 현장에선 안전조치들이 제대로 취해지지 않아 최근에는 한 명이 숨지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현지 건설회사가 그 책임을 물어 계약을 모두 해지하려 했고 북한 대사관이 싹싹 빌면서 결국 90명만 해고하는 선에서 사태가 마무리 됐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가져올 파장은 매울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인권문제는 지금 국제사회에서 가장 매섭게 지켜보는 사안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외화벌이를 위해 노동자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돈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시각입니다. 또 노동자들을 외부세계와 철저히 차단시키고 어디에도 오갈 수 없도록 통제하는 것도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는 북한 인권단체들과 언론들이 보도하던 것을 넘어 최근에는 국제노동기구와 같은 유엔 기구들도 점차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이들의 처지가 북한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에 비해 낫다는 건 분명합니다.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정말 노예처럼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돌격대원들이나 군인들, 쌀 1kg도 살 수 없는 월급을 받는데 비하면 그래도 해외에 나간 노동자들은 꽤 큰돈을 만져볼 기회라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너도나도 뇌물을 고여서라도 해외에 나가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해외에 나가면 최소한 지켜야 하는 국제기준이 있습니다. 12시간 이상 노동을 금지한다거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절차나 장비를 갖춰야 합니다. 최소한도의 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하던 걸 해외에 나가서도 그대로 하고 있으니 노예노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김정은 정권에게는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은 가장 큰 외화벌이 수단입니다. 굳이 이걸 뭐라 하진 않겠습니다. 가난한 나라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외화를 벌기 때문입니다. 또 산업이 붕괴된 북한의 현실에서 불가피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해외 파견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이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반발을 사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가뜩이나 한심한 북한의 국가 위상 역시 더 나빠질 것입니다.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과 인권수준을 국제적 기준에 맞추면 됩니다. 해외 파견 노동자를 외화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북한 당국의 행태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