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은닉 北재산 샅샅이 뒤진다

▲ 스튜어트 레비 美 재무 차관 ⓒ동아일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1일 북한에 대해 6자회담의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북한의 위폐 등 불법활동에 대한 미국의 단속과 제재 조치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북한이 요구하는 회담 복귀 전제조건을 일축했다.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날 아침 가진 전화통화를 통해 “북핵 6자회담에 관해, 그리고 북한 지도자에게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 있다는 메시지를 명백히 전달하기 위한 공동노력을 계속할 필요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6자회담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위폐 문제에 관해 “우리 돈을 위조하는 것을 알았을 땐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를 “모든 대통령”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의 대북 금융압박 조치가 추가되거나 새로운 방향을 트는 시사점들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北의 해외 은닉자산 겨냥 =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 차관은 이날 “북한이 유럽을 포함해 전 세계 은행들에 상당액의 돈을 숨겨 놓고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방코 델타 아시아(BDA)에 대한 제재조치를 통해 북한의 금융거래를 차단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동안 북한 정권이 해외에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내 북한 정권이 이 돈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까지 대북 금융압박을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범세계적인 ’도둑정치와 투쟁’을 선언하고 북한을 비롯해 미국이 불량국가로 지목한 나라들의 지도부가 해외에 숨겨놨거나 빼돌린 자산을 본격 공격 대상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레비 차관이 북한 정권이 돈을 숨겨놓은 혐의 지역으로 유럽을 명시한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4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서울에서 미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金正日)의 스위스계좌 40억달러설’과 관련, 미국의 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해 북한은 스위스 정부에 ’객관적인 조사와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고, 당시 스위스 신문 ’르 탕’은 스위스 법무부측이 “스위스 영토내에서 북한이 불법적인 핻동을 했다는 의심이 없는 한 조사에 착수해달라는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함으로써 북한-미국-스위스간 미묘한 3각 설전이 있었다.

레비 차관이 유럽을 명시한 것은 북한에 대해선 물론 북한이 돈을 숨겨둔 것으로 미국이 믿고 있는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을 압박하는 의미가 읽힌다.

레비 차관은 이날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떤 것이든, 북한관련 계좌를 갖고 있는 위험성을 면밀히 평가하도록 금융기관들에 대해 계속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북한 돈의 경우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성 언급을 덧붙였다.

▲北의 ’금융 도피’ 추적 = 최근 정보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BDA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 조치 이후 새로운 금융거래 선을 찾아나서 베트남, 몽골, 러시아 등 옛 공산권을 중심으로 10여개국 23개 은행에 계좌를 텄으며, 추적이 어렵도록 기업이 아니라 개인 명의로 거래하고 있다는 외신이 나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BDA 조치 이후 레비 차관을 비롯해 미 재무부 관계자들은 ’망외의 성과’를 자랑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20여개 나라와 사법관할 지역 은행들이 북한과 금융거래를 중단했다고 강조해왔으나, 최근 보도는 이와는 다른 흐름인 것이다.

최근 북한의 새 거래선 찾기 노력은 BDA에 대한 조치 이후 쫓기는 북한의 처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국제금융망에 미국의 압박으로부터 탈출할 구멍이 많은 점도 새삼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DBA에 대한 조치로 북한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지만, 일각에선 회의론도 제기돼왔다.

특히 힐 차관보는 지난달 21일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의 성공도를 “북한의 ’비명 크기’로만 측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해 재무부측의 성과 자랑과는 뉘앙스 차이가 있었다.

북한이 BDA 문제를 큰 쟁점화하는 것은 돈줄이 막혀서라기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자금이 묶인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레비 차관이 최근 아시아를 순방하면서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북한의 새로운 금융거래처로 파악된 나라와 지역들에도 대북 그물망을 치기 위한 것이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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