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간다는 군인과 결혼한 평양 처녀가 자살한 사연

북한 당국이 군인들에게 해외파견이라는 조건을 제시하고 군(軍)에서 제대할 것을 독려했지만 정작 제대 군인들이 지방 농장에 배치돼 당국에 대한 원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당국은 지난해말 군인들에게 외국에 콩 농사하러 가는 조건으로 제대시켰지만 이후 말을 바꿔 감자농사가 우선이라며 농장에 제대 군인들을 배치했다”면서 “외국에 콩농사 간다는 조건이어서 대부분 제대군인들이 부푼 마음을 가지고 제대했지만 외국은커녕 농장에 일해 이들의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들이 배치된 농장은 양강도 백암군의 ‘10월18일종합농장(만정보농장)’이다”면서 “해당 당조직에서는 ‘당의 부름을 받은 전사들에게 전투장이 따로 없다’며 ‘지시 관철을 위한 곳이 전투장’이라고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려고 하고 있지만 오히려 반발을 사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제대군인들에게 거짓말로 유혹한 것이 두려운지 농장의 분조장들은 상급 단위의 지시대로 제대군인들이 도착하면 바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집을 지어주고 이례적으로 1년 치 감자분배와 함께 이불 등 부엌세간도 장만해주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제대군인들은 어떻게 하면 농장에서 다른 곳으로 갈까하는 생각만 한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또 “이곳(북한)에서는 외국에 한 번 가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힘드니까 힘든 콩 농사라지만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말에 대부분 제대군인들은 자기 고향으로 갈 수 있는 것도 마다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나라가 거짓말을 했고 집단배치로 산골에 가게 된 제대군인들의 불만은 가정불화로까지 번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대군인들이 배치된 만정보농장은 기차를 타려고 해도 몇 십리씩 걸어서 나가야 하는 외진 곳이다. 특히 평양과 같은 도시가 고향인 일부 제대군인들의 아내들은 해외로 나간다는 조건으로 결혼을 한 경우도 있지만 정작 산골에서의 생활을 하고 있어, 가정불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지난해 가을에도 평양에서 온 새색시가 남편에게 집에 돌아가게 해달라고 이혼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자 스스로 이소니찡(이소니아지드·결핵약)을 수십 알 먹고 자살했다”면서 “사망한 여성은 평양에서 교원을 했었는데 남편이 외국에 간다고 하니까 선뜻 선을 봤고 결혼까지 결심했는데 산골생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변고를 당한 제대군인은 ‘애초에 이런 산골에 온다고 하면 나도 오지 않았고 이런 일(아내의 사망)도 없었을 텐데’라며 매일 술에 빠져 있다”면서 “사망한 여성의 부검을 진행한 결과 약에 의한 자살로 판명됐고 남편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고 생활하고 있지만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힘든지 매일 술에 빠져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 농업성은 김정일 유훈인 감자농사혁명 방침을 위해 지속적으로 농촌에 제대군인들을 투입시키는 한편 농장의 현대화를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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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