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들리 `북 핵실험설’ 다시 지피나

우리 정부는 15일(워싱턴 현지시간)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북 핵실험설’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

문제의 발언이 대화중단 10개월여만인 16일 남북 차관급회담 개최 사실이 발표되고 열리기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정부는 상당히 의아해 하는 분위기다.

해들리 보좌관은 이날 폭스TV의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에 출연해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을 지 모른다고 말하는 어떤 증거를 봤으며 이에 대해 동맹국들과 의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증거가 무엇인 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면 6자회담 동료 참가국들과 ‘다른 수단’을 논의해야 한다며 유엔 안보리 회부를 통한 제재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줄기차게 터져 나온 북한의 핵실험설은 모두 익명의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으며, 미 행정부 핵심인사가 이름과 얼굴을 드러내면서 북한 핵실험설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름과 얼굴 없는’ 미 고위관리들에 의한 북한의 핵실험설이 근거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 풀 꺾인 마당에, 새삼스럽게 미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이 직접 그 것을 다시 언급하고 나선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내심으로는 불편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KBS와 MBC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잇따라 출연, “해들리 보좌관의 발언은 하나의 극단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로 현 시점에서 그 것을 뒷받침할 논리적인 설득력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당국자는 “이 시점에서 왜 그런 얘기를 했는 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이 제기된 이후 한미 당국간에 긴밀히 정보교류를 해오고 있으나, 새로운 상황이 포착된 것은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내 핵실험의 유력지로는 함경북도 길주가 거론되고 있으나, 이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터널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굴착됐는 지 나타나지 않을 뿐더러, 굴착지점으로 추정되는 장소 부근에 건물이 많이 세워져 있으나 숙소인지 관측대인지 정확히 식별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그 장소는 일단 갱도굴착으로 핵실험 징후는 아니라는 게 지금까지 한미 당국의 공식적인 견해다.

상황이 이런데도 불구, 해들리 보좌관이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면서 문제의 발언을 하게 된 의도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특히 8∼9일 모스크바 한.미.일.중.러 5개국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만이 최선의 해법”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그후 북핵 문제를 ‘톱 어젠더’로 다루는 외교적 행보와 함께, 뉴욕의 북미간 전화접촉에 이어 16일 개성에서 남북 차관급회담이 열리는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그의 발언이 나왔다는 점을 정부는 주목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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