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초계기, 北 영공 누비며 수색

“평양콘트롤, 평양콘트롤. 코리아코스트가드 세븐제로원, 굿모닝.(평양중앙관제소, 여기는 한국 해경 챌린저701호기다.)”

북의 핵실험 여파로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해양경찰청 초계기 챌린저호가 침몰 선박의 실종자 수색을 위해 26일 북측 영공에 진입, 수색작업을 벌였다.

챌린저호의 이날 임무는 지난 23일 울릉도 북서방 73마일 해상에서 침몰한 러시아 화물선 시네고리에호(2천448t급)의 실종 선원 6명을 찾는 것.

해경은 사고 이후 선원 18명 중 11명을 구조하고 시신 1구를 인양했으나 나머지 선원들이 조류에 의해 북측 해역으로 떠내려 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외교당국 채널을 통해 경비함 삼봉호(5천t급)의 북측 영해 진입과 초계기 챌린저호의 북측 영공 진입을 승인받았다.

이날 오전 9시 김포공항을 이륙한 챌린저호는 55분만에 동해 북방한계선(NLL)상인 강원도 강릉 북동방 60마일 지점에 닿았다.

챌린저호 기장 권중기(41) 경감은 평양관제소에 북측 영공 진입을 알리려 호출했으나 교신 불량 탓인지 평양관제소측에서 응답이 없자 인천관제소에 통보한 뒤 북측 영공에 진입했다.

북핵 여파로 정부의 대북지원 물자 수송이 끊기고 금강산 관광객의 발길도 크게 줄어드는 등 어느 때보다도 남북 사이에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늘만큼은 남북 구분 없이 양털같은 푹신한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북측 영공에 진입하자마자 챌린저호는 고도를 상공 300m 높이로 낮춰 NLL부터 북쪽 27마일까지 수색구역를 `ㄹ’자 방식으로 이곳저곳 비행하며 실종자를 찾아 나섰다.

북측 영해에 이미 도착해 있던 삼봉호와 러시아 국경수비대 소속 구조선도 거친 파도를 가르며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주도 2배 만한 수색 구역에서 한 점에 지나지 않는 실종자들을 찾는 일이란 쉽지 않았다.

실종자들은 이미 숨졌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온도로 목표물을 탐지하는 열상장비 카메라도 기대할 것이 못 됐고 고성능 레이더 역시 사람처럼 작은 대상물은 화면에 띄우지 못했다.

기장과 부기장, 전탐사 2명, 정비사 2명 등 챌린저 탑승 해양경찰관 6명은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단 1명의 실종자라도 반드시 찾겠다는 의지로 창밖 해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눈을 떼지 않았다.

각자 제자리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떼우는 와중에도 시선은 항상 창밖으로 향해 있던 해양경찰들의 열의 때문인지 낮 12시 40분 침몰 선박의 것으로 보이는 부유물과 함께 원목 수백여개가 푸른 바다 위에 누런 빛을 내며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발견됐다.

조류에 의해 선박 침몰 지점에서 북서쪽으로 90km나 떨어진 곳까지 밀려온 것이다.

챌린저호는 이 지점을 중심으로 비행하며 집중 수색한 결과 모두 3구의 러시아인 시신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

챌린저호는 즉각 삼봉호와 러시아 구조선에 시신이 위치한 지점의 좌표를 교신을 통해 일러줬고 두 선박 역시 즉시 선수를 돌려 시신 인양작업에 나섰다.

수색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챌린저호는 오후 2시 30분 고도를 높여 다시 구름 위로 사뿐이 올랐고 탑승대원들도 그때서야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챌린저호 권중기 기장은 “북측 영공이다 보니 시간과 공간적 제한 속에서 수색활동을 벌여야 하는 점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시신을 3구나 발견함으로써 성공적인 수색이 된 것 같다”며 “북의 핵실험 여파로 어수선하지만 실종자를 찾아야 한다는 인도주의 앞에서는 남북이 뜻을 모은 것 같아 더욱 의무감을 갖고 수색에 임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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