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 명태회로 입맛 살리고 眞냉면 한그릇 뚝딱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의 진짜 손맛을 보여주고 싶어요. 북한 음식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가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마포 공덕역 사거리에 위치한 북한전통음식점 류경옥. 이 곳 서재평 사장은 기자를 보자 대뜸 이 말부터 내놨다. 서울에만도 북한 음식을 표방하는 곳이 한 둘이 아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기존 식당은 전통도 40년 이상이 된 곳이 많아 웬만해서는 견줄 엄두도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서 사장은 북한의 진짜 손맛을 강조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는 음식은 따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어설프게 섞어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류경옥은 탈북자들이 ‘북한 아주마이 손맛을 통해 남조선 사람들 입맛 좀 훔치자’며 의기 투합해 만든 식당이다.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맛집이란 말만 듣고 갔는데 식당 내부는 특별히 북한 정취는 없었다. 그런데 메뉴판을 꺼내들자 고민에 빠졌다. 








▲ 투박하면서도 새콤한 맛으로 고객 입맛을 사로 잡는 함흥명태회. 목용재기자


북한전통음식점은 처음인지라 평양온반, 접시만두 등 낯선 메뉴를 반복해서 읽고 있자 사장님이 직접 메뉴를 추천했다. 어느 하나 빼놓을 것이 없다고 말하면서 일단 ‘함흥명태회’부터 먹어보라고 했다. 


소박한 그릇에 단조로운 빨간 양념을 해서 나온 ‘함흥명태회’는 보기에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먹어보니 예삿맛이 아니다. 삭힌 명태의 부드러운 촉감이 침샘을 자극했다. 이어 새콤하고 매콤한 북한식 고춧가루 양념이 혀를 자극해 낼름 한 점을 더 먹게 만든다.


우리 음식이 가지는 달콤한 맛스러움과 달리 투박하면서도 시큼한 맛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확실히 남한에서는 자주 맛보기 어려운 맛이다. 


북한에서는 여자보다 더 많은 것이 명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특산물이다. 명태로 만든 요리도 가지가지다. 특별한 손님이 왔을 때 내놓는 음식이라고 한다.








▲ 류경옥의 다양한 북한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향토정식’ 상차림.      목용재기자


처음 맛보는 북한음식에 계속 망설이자 사장님이 북한의 팔도음식을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다며 ‘북한향토정식’을 들고 나왔다. 


‘북한향토정식’은 기본 1만원으로 시작해 1만 8천원, 2만 8천원 메뉴가 있다. 북한식 보쌈, 도토리묵, 백두산에서만 난다는 청취나물, 파전, 접시만두 등이 곁들여 나왔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는 아니지만 북한 향토음식이 푸짐하게 올라와 입맛을 당겼다.   


류경옥의 기본 정식메뉴에는 이 외에도 오징어회, 가자미식혜, 녹두지짐, 고등어구이, 평양온밥, 평양식 된장찌개와 6가지 반찬들이 추가된다. 이 메뉴는 특히 단체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날 가게에 온 서양희(34 주부) 씨는  “정식은 메뉴도 다양하고 맛이 좋아 벌써 입소문이 났어요. 실은 저도 오늘 친구 추천으로 온거예요. 계모임하기에 딱 좋은 것 같다”라면서 “식당은 역시 입소문을 듣고 와야한다”면서 음식을 재촉했다.  
 
특히 돼지고기보쌈에 나오는 김치는 가게에서 직접 담근 북한 황해도식 김치다. 








▲전통 함흥냉면을 복원한 류경옥의 신흥관 냉면. 목용재기자
정식을 먹고 나자 냉면이 나왔다.  남한에서 북한의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냉면을 만드는 탈북자 출신 김복신(가명) 아주머니는 남한에 있는 함흥냉면은 ‘짝퉁’이라고 말할 정도로 자부심이 크다. 


오독오독 씹히면서도 부드러운 면발이 함흥냉면 특유의 고기와 김치가 어우러진 육수와 함께 넘어갈 때 ‘이 맛이 함흥냉면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북한식 면발을 식당에서 직접 뽑고 면발에 미리 양념을 버무려 육수를 더 하기 때문에 면은 탄력이 좋고 육수는 시원한 맛이 배가 된다. 


이곳을 오는 손님들이 자주 찾는 것이 바로 평양벌꿀소주다. 흰쌀, 찹쌀, 강냉이, 벌꿀이 주원료라서 그런지 23도수의 평양소주에서는 쌉싸름한 소주맛과 함께 오묘한 단맛이 난다. 북한음식과 가장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북한 손맛이 깊게 우러나는 류경옥이 우리 맛집 탐방자들에게 매력적인 코스가 될 것 같다. 북한전통음식전문점 류경옥 02)711-07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