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여성은 왜 남장하고 자전거 탈까?

▲ 아이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북한 여성 (기사 내용과 무관)

오늘도 하루는 일찍 시작된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아침밥을 지어놓고 학교에 보낼 아이들을 깨운다. 몇 해 전 기업소(공장)가 문을 닫은 이후부터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은 오늘도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누워있을 모양이다.

◆’장사를 위해서라면’…남장하고 자전거 타는 함흥 여성들

나는 남편이 일을 그만두기 전부터 시장에서 매대(좌판)를 열고 장사를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배급이 끊긴 이후에는 먹고 살기 위해 여자라면 누구라도 장사판에 뛰어들어야 했다. 함흥은 식량난 때 가장 사람이 많이 죽은 도시였다. 그만큼 생존욕도 강해졌다.

함흥에서는 삼일시장, 금사시상, 사포시장이 제일 유명하다. 그 중에 내가 장사를 나가는 금사시장은 2층을 원형으로 꾸며 놨다. 중국으로 장사를 다니는 사람들 말을 듣자니 연길에 있는 서시장과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

시장까지는 자전거를 타고 간다. 북한에서는 2004년 8월경 교통사고를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여성들의 자전거 운전을 금지시켰었다. 어느 외국인이 여자가 자전거 타는 모습이 꼴사납다고 말하자 김정일이 바로 금지시켰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여자들 중 나처럼 장사를 다니는 사람이 태반인데 자전거가 없으면 그냥 집에서 놀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단속이 워낙 심해서 다른 지방에선 여성들의 자전거 운전은 뚝 끊겼다고 하지만, 우리 함흥 여자들은 계속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보안원(경찰)들의 단속을 피해 남장을 하고 운전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틀어 올린 머리 위로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끼면 안전원들도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여성들이 기를 쓰고 나서다 보니 이제는 보안원들도 두 손 두 발 들고 봐주고 있는 형편이다.

◆ 쌀 값은 1kg 850원 선…내륙지역도 쌀값 안정

요즘 쌀값은 1kg에 850~1,000원 정도다. 춘궁기인걸 감안하면 높은 가격은 아니지만, 삼시 세끼 쌀 밥을 먹기는 아직도 힘들다. 주로 옥수수밥을 섞어 먹는데 옥수수는 1kg에 350원 수준이다. 감자는 1kg에 300원에 팔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요즘 젖은 명태가 싸게 팔리고 있다. 1마리에 3,000원 정도 하는데 회령에서 팔리는 명태(1마리 4,000원)보다 이곳 명태가 훨씬 크고 싱싱하다. 오늘은 집에 갈 때 큰 맘먹고 명태 반 마리라도 사가지고 갈 생각이다.

오늘은 오후에 언니네 집에 들르기로 했다. 언니는 흥남구역에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1년도에는 함흥시와 흥남시를 분리하고 구역도 죄다 없앴는데, 무슨 변덕이 불었는지 지난해 10월 함흥시와 흥남시를 다시 하나로 통합했다. 함흥시는 다시 회상구역, 청천강구역, 사포구역, 동흥산구역, 흥남구역 등으로 나뉘었다.

형부는 시내에서 택시를 운전한다. 기본 요금이 5천원이나 돼 나같은 사람은 탈 엄두도 못 낸다. 청진에도 이런 택시들이 다니는데, 함흥 요금이 더 비싸다고 한다. 손님이 많지 않아서 시내 중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왕복 요금을 받는다.

언니가 하는 여관은 안마와 사우나, 미안(마사지)을 겸하는 곳이다. 중국식 보건안마가 1시간에 만원이다. 즉석에서 안마사 여성들과 성매매도 가능한데 보통 2~3만원 정도라고 한다.

언니도 여관 장사로 돈을 벌었지만 함흥에서는 이보다 돈을 더 잘 버는 사람도 많다. 요즘에는 ‘차판장사’를 하는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고 언니가 귀뜸을 해준다.

◆ 젊은 남녀들이 즐겨찾는 ‘한증탕’…90%가 마약 흡입

‘차판장사’는 화물차를 사서 대량으로 도매장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람들이 최근에는 얼음(필로폰 계열 마약)에까지 손을 대고 있어 큰 돈을 만진다는 것이다. 함흥에서 3대 부자는 ‘얼음 장사’, ‘비닐장사’, ‘차판장사’라는 말도 있다. 언니도 1g에 2만 3원~2만5천 원씩을 받고 얼음을 몰래 판다.

이렇게 너도 나도 얼음을 팔다 보니 중독자도 많다. 아무리 돈이 좋아도 사람들 병신 만드는 그런 짓은 하지 말라고 당부할 생각이다.

언니는 지난해부터 근처에 한증탕(사우나)이 생겨 장사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한증탕은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데, 대부분 독탕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주로 젊은 남녀들이 하룻밤을 즐기는데 이용하는데, 이들중 상당수가 마약을 한다고 한다.

언니도 썩 떳떳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남녀가 어떻게 대놓고 같이 목욕을 하고 불륜을 저지를 수 있느냐”며 눈을 흘긴다. 손님을 뺏긴 것이 좀 억울했을 것이다.

날씨가 좋아 언니와 잠깐 유원지에 나왔다. 즉석 사진을 찍는 아저씨가 우리 자매를 부른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둘 다 기분이 좋아 흔쾌히 사진을 찍었다. 찍자마자 바로 사진으로 나오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게 아니었다.

길거리에는 아직도 꽃제비들이 많이 다녔다. 예전에는 부모 잃은 어린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른이고 노인이고 할 것 없이 먹을 것이 없으면 죄다 거리로 나온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언니는 오늘 장사를 이대로 공쳐서 어떡하냐며 돈 몇 천원을 손에 쥐어준다. 이 돈으로 명태와 쌀을 사서 우리 애들 밥이라도 배불리 먹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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