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희천발전소 등 중대형 발전소 건설에 매진해왔지만 전력 사정이 개선 되기는커녕 열차운행 차질이 갈수록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북한 전력 체계에서는 초가을부터 시작되는 갈수기에 전력 생산량이 더욱 감소한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그간에는 열차 운행 도중에 정전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지만, 지금은 기차역에서의 출발 대기 시간이 계속 길어지고 있다”면서 “청진에서 평양까지 며칠이 걸린다고 걱정했는데, 지금은 기차가 언제 오겠느냐는 걱정을 할 정도”라고 말했다.
북한 청진에서 신의주로 가기 위해서는 신의주-청진행 124, 125호 열차를 이용해야 한다. 북한 철도 당국이 고시한 이 노선 철도 왕복 운행 간격은 이틀이다. 청진 출발 평양행 열차는 이틀이면 다시 청진으로 돌아와 출발 대기에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왕복 운행 시간이 보름으로 늘어났다. 청진에서 간리역을 경유해서 신의주로 가기 위해서는 최장 15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소식통은 “청진에서 평양 간리역을 거쳐 신의주를 찍고 돌아오는 데 정상적으로 40시간이면 충분했지만 지금은 보름 가까이 걸린다”면서 “무산-평양행(10열차) 급행열차도 보통 왕복에 열흘이 넘게 걸린다”고 말했다. 운행시간이 늘어난 것뿐만 아니라 기착지에서 출발 자체가 지연된 원인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정전으로 운행 중 수십 번 씩 멈춰서 승객들이 냉방에서 불안과 추위에 떨었는데, 이제는 출발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장사 때문에 열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늘었는데 열차는 자주 다니지 않으니 살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겨울 한파가 오기 전에는 객차 곳곳에 빈 틈만 보이면 승객들이 진을 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단거리 지역 이동 승객들은 열차 지붕까지 올라가고 있다. 일부에서 열차 지붕 이용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2000년대 후반 집중 단속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열차 구조와는 상관이 없다.
열차가 출발한 뒤 정전으로 운행이 중단되면 승차 보안원들도 하루 이틀을 굶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일반 승객들의 상황은 더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소식통은 “여행 먹거리를 꼼꼼히 챙긴 주민들도 예상 외의 장기 정전을 맞으면 꼼짝 없이 굶거나 주변 음식 장사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굶주림과 추위 때문에 기차에서 탈진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은 지난 4월 희천발전소를 개통하면서 전력생산을 위한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졌다고 선전했지만 부실공사로 인해 발전량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희천발전소 생산 전력은 평양 시내 특정구역에 공급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생활 상 전기 공급이나 열차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미사일 발사 성공도 일시적인 감흥 이상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기술 강국 선전에도 주민들은 “일단 전기나 풀어줘 장사라도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을 보이거나 “대형 발전소를 건설했다고 큰 소리는 쳤는데 그 전기는 도대체 누구 집으로만 흘러가고 있냐”며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비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