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남 함흥시 가구 90%, 장사로 생계유지

함경남도 함흥시 가구 중 90% 정도가 장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이 때문에 집집마다 전화 보급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 말 탈북한 함흥 출신 이순복(53, 여)씨는 “국가만 사회주의를 떠들고 인민들은 자본주의를 한다”면서 “사람들은 장사를 하지 않으면 죽게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를 하고 있는 집과 하지 않은 집에 살림살이가 분명히 구별된다”면서 “10 가구당 9집은 장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에서는 공장 가동률이 여전히 20%에도 못미쳐 대부분의 여성들이 장사를 해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함흥시 여성들의 90% 정도가 장사를 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직접 장마당에서 매대를 가지고 장사를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거래처를 확보해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조선족 친척의 도움으로 북한 돈 50만원을 마련해 95년부터 함흥시에서 의약품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함경북도 혜산에서 약(중국제)을 구입해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면 직접 가져다 주는 방식으로 장사를 했었다”면서 “직접가서 약을 전해주었기 때문에 단골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장사에 필요하기 때문에 집에 전화기를 들여놓는 일이 많아졌다”면서 “필요한 사람들이 한 집에 전화를 놓고 공동으로 사용하고 요금을 분담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전했다.

직장에 1만원 내면 출근 안해도 돼

북한에서 남자 세대주들은 61세, 여자 세대주들은 56세까지 직장에 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8.3 조치’에 이름만 걸어 놓고 장사를 진행한다는 것.

‘8.3 조치’는 1984년 8월 3일 김일성의 지시로 생필품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취해진 것이다. 김일성의 ‘8. 3 조치’는 각 공장, 기업소가 모자라는 비누, 치약, 신발끈 등 생필품을 자체적으로 만들어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경제가 추락하자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 노동자들로부터 생필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력 대신 돈을 걷는 편법으로 해결해오고 있다.

이 씨는 기업소에 출근하지 않는 대가로 1만원을 내면 식량 배급표는 안 나오지만 출근표는 찍어준다고 말했다. 이 돈도 내지 않고 출근도 하지 않으면, 노동 단련대에 가야한다.

이 씨는 “기업소에서 월급 1만원을 준다고 하지만 인민군대 지원, 저축 등의 명목으로 국가에서 떼어가고 실제로는 2000원 정도 받는다”면서 “이것으로는 가족이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장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의주에 거주하는 또 다른 탈북자 김진철(36 남)씨도 “내가 사는 신의주 동상동 가구 대부분이 장사를 하고 있다”면서 “보통 신발, 모자, 안경, 장갑 등의 공업품과 사탕, 라면, 술 등의 식료품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동상동 세대주들 중 거의 90% 이상이 장사해서 먹고산다”며 “중국에 나가 있는 무역회사 등 외화벌이 단위로부터 물건을 구입해 장마당에서 팔고 있다”고 했다.

김씨에 따르면 “현재 신의주 장마당 환율은 1달러에 2천7백원 정도로, 이는 노동자 한달 월급에 해당되기 때문에 월급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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