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북도에서 한 가난한 가정의 여학생이 도당위원회 간부의 협박과 회유를 딛고 결국 ‘7·15최우등상’을 수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지난 2월 16일 광명성절(김정일 생일)을 맞으며 전국의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성의 시험이 진행된 데 따라 2월 중순에 7·15최우등상 수여식이 진행됐다”며 “함경북도에서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이 상은 회령시 농촌 마을에 사는 가난한 소녀가 받게 됐는데, 이 상을 받기까지 소녀는 많은 고초를 겪었다”고 전했다.
7·15최우등상은 북한 청소년들의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 고취와 학습 의욕 제고를 목적으로 지난 1987년 7월 15일 제정됐다. 북한은 매년 전국 고급중학교의 졸업반 학생 중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성적에 따라 극히 일부에게만 7·15최우등상을 수여하고 있다.
이 상을 받으면 개인과 집안이 영예를 얻는 것은 물론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일종의 ‘프리패스권’을 받게 되고 앞으로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쳐 북한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수상을 선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의 소녀는 이번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 7·15최우등상 수상이 유력한 상태에서 함경북도 당위원회의 한 간부로부터 같은 시험을 치른 자신의 딸과 시험지를 바꾸자는 협박적인 요구를 받았다.
이 도당 간부는 딸의 7·15최우등상 수상을 위해 이미 교육성에서 내려온 시험감독일꾼들의 식사를 자부담으로 준비하고 학교 선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매달렸으나, 회령시의 소녀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 소녀를 직접 찾아가 몇 차례 협박과 회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간부는 7·15최우등상을 타면 입시시험과 관계없이 원하는 대학으로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이용해 ‘네가 의학대학을 원한다면 돈을 내서 입학시켜주겠으니 상을 우리 딸에게 넘겨라’면서 여러 차례 협박하고 회유하기도 했지만 소녀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소녀는 학교 수업 외 다른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나 해마다 도(道)적으로 진행되는 학습경연에서 1등을 한 전적이 있을 만큼 수재로 알려졌다. 다만 회령시에서도 특히 가난한 농민의 자식으로, 7·15최우등상 시험을 치러 갈 노잣돈조차 집에서 대주지 못했다고 한다.
대신 적극적으로 나선 담임선생의 도움으로 시험을 치르게 된 소녀는 결국 7·15최우등상을 받게 됐고, 지망한 의학대학에 장학금까지 받으며 다닐 수 있게 돼 현재 학교의 자랑으로 널리 소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소녀는 대학에 가도 가정적인 지원이 전혀 없을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어 이에 대학 지망생들의 과외수업을 겸하면서 대학에 다니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