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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이 18일 발행한 소식지를 통해 “북한 전역에서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주민이 굶어 죽고 있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 사정에 밝은 국내 탈북자와 중국에 나온 북한무역업자들은 한 목소리로 “그런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며 ‘좋은벗들’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좋은벗들’은 소식지를 통해 “6월 말부터 북한 전역의 각 도시군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평안북도와 양강도, 자강도, 함경남북도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죽어나가는 사람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함경남북도의 경우 시, 군마다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사람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며 “대체로 40~65세 사이의 사람들이 많이 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벗들’은 “이들 사망자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지만 대부분 영양실조에 의한 합병증”이라고 전했다. 또 “아직 대량 아사사태는 일어나고 있지 않지만 당국과 주민들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급박한 북한의 식량난을 강조했다.
‘좋은벗들’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지원 식량은 2만t가량만 들어간 상태”라며 “이 정도의 지원속도는 죽어가고 있는 주민들의 목숨을 살리기에는 너무 더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전역에서 하루 평균 10명 안팎이 굶어 죽고 있다는 좋은벗들의 주장은 북한의 식량 부족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것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16일 북측에 있는 가족과 전화통화를 한 탈북자 최영일(가명)씨는 “이틀 전에도 회령에 있는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했지만 식량난에 관해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면서 ‘좋은벗들’의 주장에 의문을 표시했다.
최 씨는 특히 “함경남북도의 각 시 군에서 하루 평균 10명 안팎이 굶어 죽고 있다면 이는 함경남북도 전체를 보았을 때 하루 평균 400명 가까이 굶어 죽고 있다는 소리나 같다”면서 “이정도면 90년대 초반의 대량아사 초기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함경북도 하나만 놓고 봐도 국경지역의 시군들 은 대부분 중국과의 밀거래를 통해 잘 살지는 못해도 죽은 먹지 않고 사는 줄로 알고 있다”며 “하루 10명 굶어 죽는다는 소리는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연길에 친척방문 나온 북한 주민 황명길(가명) 씨도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 두만강 유역의 국경지역에서 굶어 죽는 다는 소리는 믿을 수 없다”며 “광산노동자들이 밀집해서 살고 있는 무산읍에서도 지금 굶어죽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고 말했다.
황 씨는 “무산군 사람들만 해도 하루 세끼 강냉이 밥만 먹고 사는 사람은 적다”고 말하면서 “지금은 양보다 질을 따진다”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살기 힘들지만 나름대로 생존 방법이 다 있기에 굶어 죽을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좋은벗들’의 주장대로 북한 시군에서 하루 평균 10명 안팎의 주민들이 굶어 죽고 있다면 이는 90년대 초중반 대량 아사 초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북한의 시장 쌀값은 좋은벗들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있다.
북한은 90년대 중반 식량난이 심각해지면서 강냉이 값이 크게 뛰어오른 적이 있다. 95년 10월 강냉이 1kg에 16원 하던 것이 갑자기 30원으로 두 배가 뛰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의 식량 가격은 별 변화가 없다.
데일리NK가 최근 북한 장마당 물가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회령시장에서 강냉이 쌀(통 강냉이는 없음) 1kg은 450원, 북한산 입쌀 1kg은 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식량 가격 대비 담배가격이다. 북한산 ‘선봉’(담배이름)담배 한 갑에 1천원, 고양이담배 한 갑에 1천3백 원이다. 쌀 1kg의 가격이 담배 한 갑보다 싸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아사자가 발생할 정도로 식량사정이 심각할 경우 쌀과 옥수수 가격은 폭등하기 마련이다.
한편 북한 사정에 밝은 중국측 무역업자 김일주(가명) 씨는 “북한의 식량사정이 원만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더 이상 악화는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금은 햇감자도 먹을 수 있고, 얼마 안 있으면 햇강냉이도 나온다”며 “그러면 올해도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