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서명의미와 남은 절차

한국과 유럽연합(EU)이 6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 하면서 양측은 FTA 발효를 위한 비준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지난 2007년 5월 협상이 시작된 지 3년 6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유럽연합 27개국으로 `경제적 영토’를 넓히는 역사적 순간에 한발짝 더 다가가게 됐다.



◇의회 비준동의과정 진통 불가피할 듯
한.EU FTA 서명은 양측이 FTA 협상 국면에서 FTA 발효과정으로 공식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FTA 협정문이 공식서명됨에 따라 양측은 조만간 FTA 협정문을 각각 의회에 보내 의회로 하여금 FTA 협정문 승인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한.EU FTA 협정문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주관상임위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본회의의 안건상정.토론.의결과정을 거쳐 비준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EU는 EU의회에서 먼저 심의, FTA 협정문에 대해 승인한 뒤 27개 회원국의 의회에서도 이를 심의, 승인하는 절차를 밟게 돼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정식으로 효력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양측은 협상과정에 FTA의 조기 효력 발생을 위해 EU의 경우 EU의회비준동의만으로 FTA가 잠정발효토록 한다는 데 합의하고 이를 협정문에 명시했다.


EU 27개 회원국 의회가 모두 FTA를 비준동의하기까지 2~3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자 `잠정발효’를 통해 FTA 효력 발생시간을 그만큼 단축한 것.


뿐만 아니라 양측은 내년 7월1일 FTA를 잠정발효키로 `데드라인’을 정했다.


EU내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가서명에서 공식 서명에 이르는 과정이 목표보다 계속 늦어지는 등 FTA 추진일정이 흐트러지자 더이상 지연을 막기 위해 아예 잠정발효일자에 쐐기를 박아 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한국 국회와, EU의회의 비준동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


외교통상부는 “표현이 `잠정발효’이지 협정문 내용의 99% 이상이 잠정발효시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정식 발효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한.EU FTA가 공식 서명되기까지 많은 예상치 못한 우여곡절을 겪었듯이 양측 의회의 비준동의 과정에도 적지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EU의 경우 유럽 자동차 업계가 그동안 노골적으로 FTA 협상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왔고 이제는 EU 의회를 상대로 집요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는 등 FTA를 아예 저지하거나, 반대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추가 양보를 얻어내려는 일부의 활동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내에서도 FTA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없지 않으며 FTA가 발효될 경우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의 반대 목소리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미 FTA 이상의 경제적 효과 기대
한.EU FTA는 한국이 지금까지 체결했거나 이미 발효된 어떤 FTA보다도 경제적 의미가 큰 FTA로 평가되고 있다.


우선, EU는 세계 제1의 경제권이자 중국에 이어 한국의 2대 교역파트너이기 때문에 한.미 FTA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작년을 기준으로 EU의 GDP는 16조4천억달러로 미국(14조3천억달러)을 능가한다. 작년 한국과 EU의 교역규모는 788억달러로 미국과의 총교역액인 667억달러보다 100억달러 이상 많다. 작년 한국의 대(對)EU 수출은 466억달러로 대미 수출액 377억달러보다 많을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 흑자도 144억달러로 대미 흑자(86억달러)의 2배에 육박한다.


EU 회원국의 전체 인구도 5억명으로 미국(3억명)보다 많아 더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


더욱이 EU는 평균관세율이 5.6%로 미국(3.5%)보다 높은 것은 물론 한국의 주요수출품목인 자동차(10%), TV 등 영상기기(14%), 섬유.신발(최고 12~17%) 등의 관세율이 높아 FTA를 통해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수출품들은 그만큼의 가격경쟁력을 갖는 가시적인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또 한국은 일본, 중국 등을 제치고 미국과 FTA를 체결한 데 이어 EU와도 제일 먼저 FTA를 체결함으로써 국제 경제의 3대축인 유럽-동아시아-미국을 연결하는 FTA 허브로 부상할 수 있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해마다 한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EU FTA가 체결됨으로써 앞으로 정밀기계, 부품산업 등 분야에서 EU가 한국의 새로운 파트너로 부각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한국의 일본의존도를 낮추고 대일 무역적자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의 품질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EU산 제품을 지금보다 싸게 소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FTA를 계기로 한.EU간 교역이 활성화되고 EU의 대(對)한국 투자도 증대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교통상부는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EU FTA는 미국으로 하여금 체결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비준을 지연시키고 있는 한.미 FTA의 비준을 서두르게 하는 자극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FTA는 `선점의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EU가 한국을 토대로 동아시아에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가는 것을 미국으로선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물론 한.EU FTA 체결로 인해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도 있다. 당장 국내 농축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철저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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