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북한 연구자의 대북방송에 대한 황당한 폄훼

“대북방송 강화는 실효성도 없고 북한의 체제 결속과 남북의 긴장만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21일 ‘미디어 오늘’이란 매체에 실린 경남대학교 김근식 교수의 발언이다. 며칠 전 대북방송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나온 ‘북핵문제 해결은 현재의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과 민주화된 정권으로 교체됐을 때 가능하고, 이 과정에서 대북방송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인 셈이다. 그러나 김 교수의 발언은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현실을 꿰맞춘 궤변에 불과하다.


김 교수의 이번 발언을 보면서 당시 토론회에서의 극동방송 유춘환 전 이사의 “이 땅에는 두 부류의 거짓 전문가가 있는데, 하나는 증권 전문가이고, 또 하나는 북한 전문가다”라는 발언이 떠올랐다. 그만큼 북한은 알기 어렵고,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겸손한 자세로 치밀하게 연구한 다음, 책임 있게 발언해야 한다는 충고이다. 


물론 김 교수의 발언 가운데 대북방송사들이 숙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민간 대북방송사들은 지난 2005년 말부터 지금까지 7년이 넘는 기간 대북방송을 진행해오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변화를 추동하는 효력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자유조선방송을 비롯한 상당수가 여전히 아마추어적인 방송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이 북한의 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나 대북방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현재 대북방송협회 소속 방송사들은 하루 3, 4시간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그것도 볼륨을 키우고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경우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음질이 떨어지는 단파로 송출된다.  미국에서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방송(VOA)’나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하면 10%도 되지 않는 주파수 출력과 인원으로 방송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약점이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열악한 여건에서도 민간대북방송사들은 정부지원 없이 10년 가까이 북한 주민들에 방송을 송출해왔다. 북한의 현실을 어떤 방송보다 잘 드러내고, 주민들이 공감하고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또한 북한 주민들이 익숙한 말투와 용어를 구사하며 친근감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방송기술 관련 전문 인력이 더해지면 기존 정부기관에서 해왔던 어떤 대북방송보다 효과적인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정부 차원에서 송출 주파수에 대한 협력이 이뤄진다면 청취율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김 교수의 “북한 주민들은 아무리 외부정보를 많이 접하더라도 현 체제를 지지할 것이며, 아무런 변화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방송의 효과는 과거 동독을 비롯한 구 공산권 국가의 사례를 통해 그 효과가 입증돼왔다. 대북방송은 강제로 닫힌 주민의 눈과 귀가 되고 있고, 정보는 여러 만남과 장소를 통해 전파된다. 이러한 눈과 귀가 언제 체제를 향한 저항의 몸짓으로 돌변할지는 알 수 없다. 국내 입국 탈북자 상당수가 북한에서 대북방송을 들어봤다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그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이것은 지금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들이는 노력의 1000분의 1, 만분의 1로도 가능한 일이다.


대한민국과 달리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체제, 정권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폭압적인 공포통치와 외부세계와의 철저한 단절, 정보의 차단을 통해 강요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대북방송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하고 선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대북방송을 통한 정보와 진실은 북한 주민들이 핵무기가 아닌 남북 화해와 협력의 길, 독재가 아닌 개혁개방과 민주화의 길을 선택하는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김근식 교수에게 북한에서 대북방송을 오랫동안 청취해왔고, 지금은 극동방송과 자유조선방송을 통해 진실을 전하고 있는 한 탈북자의 말을 전하고 싶다.


“북한 주민들은 방송을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먹습니다.”

그들이 왜 잘 들리지도 않는 대북방송을 이불까지 뒤집어쓰고 목숨을 걸고 듣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