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북-미 거중조정 돋보여

나흘째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진행 중인 제4차 6자회담에서 갈수록 강화되는 한국의 역할에 참가국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차 회담에서도 나름대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회담의 핵심부에서 북미 사이에 적극적 중재역할을 하며 회담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이 6자회담을 재개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면서 이미 예견돼 있었다.

13개월간 북한의 등장을 목말라 하던 관련국들이 ‘중대제안’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과감한 행보를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의 ‘이니셔티브’를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예상대로 한국은 때로는 회담을 주도하고 때로는 조정자 역할을 하며 6자회담이 열린 이후 처음으로 회담을 ‘협상단계’로 끌어올리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우선 이번 회담이 과거와 달리 소인수(소규모) 회의와 양자협의가 수 십차례에 이를 정도로 회담장 안팎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차 있다.

수석대표와 실무자 2명, 통역 1명으로 구성된 이른 바 ‘1+2+1’ 소인수회의와 양자협의의 활성화는 사실상 한국의 적극적인 추진 하에 성사된 것으로 평가된다.

회담의 실질적인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의 잦은 만남과 협의도 회담 재개전 북미를 오가며 ‘싸움은 말리고 흥정을 붙이는’ 우리 정부의 ‘사전정지 작업’이 결정적이었다.

그 결과 이번 회담에서 북미는 닷새동안 유례없이 네 번째나 진지한 협상을 진행했고, 미측의 공식부인에도 불구하고 접촉이 아닌 ‘협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 당국자도 “이제는 북미간 접촉이 아닌 ‘협의’”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우리의 역할은 삼자 연쇄접촉을 통한 거중조정 역할에서 더욱 빛이 나고 있다.

‘한미→북미’ ‘남북→한미→북미’ ‘한미→남북→한미’ 등의 절묘한 빈공간 채우기를 통해 협의 순서를 절묘하게 조합, 북미간 입장차를 좁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북미간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도 “이번 회담에서 상대의중을 파악하고 있다가 동시적으로 또는 중간에서 조정이나 거중하는 역할자가 필요하며, 우리는 이에 유의하고 있다”고 말해 우리의 조정자 역할을 강조했다.

이 같은 우리 대표단의 행보는 이번 회담 막판에 결정적인 고비를 맞았을 때 창조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마저 낳고 있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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