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국인의 對北 `부엌외교’ 15년

“북한 사람들을 상대할 때 주먹다짐도 불사하는 나와 피아노나 연주하는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비교하지 말라.”

“지난 2002년 미국의 북한 침공 계획을 무마시켜 전 세계를 핵 전쟁의 위기에서 구해내는 등 15년간 미국의 비공식 `북한대사’ 역할을 수행했다”고 주장하는 식당 주인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9일 뉴저지주에서 바비큐 식당을 운영하면서 `부억외교(Kitchen Diplomacy)’의 주역임을 자처하는 로버트 이건(50)의 스토리를 자세히 소개했다.

이건은 당초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려 했으나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종전을 맞아 베트남에 억류된 미국인 전쟁포로에게 관심을 돌리고 포로 구출을 위해 베트남 외교관들과 친분을 맺기로 결심했다.

그는 유엔의 베트남 외교관들을 식당으로 초대해 바비큐를 대접하고 낚시에 데려가면서 친분을 쌓은 끝에 1990년 베트남을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당초 목표했던 전쟁포로 구출에 실패했지만 그와 가깝게 지냈던 외교관들 가운데 1명은 1992년 미국에 망명했다. 이건은 이후 북한 사람들과도 친구가 되기로 결심, 같은 식으로 그들을 대접했다.

1994년 북한 방문 허가를 받았던 그는 2년 뒤인 1996년 12월 미국인 전쟁포로에 대한 책을 쓴 마크 소터, 과거 전쟁 포로였던 유진 맥대니얼, 스튜어트 그린리프 상원의원를 대동해 북한을 찾았다.

북한 당국자에게 평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망명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그가 “지구상에서 가장 두려운 나라에 있는 외국인”답지 않게 호통을 쳤다는 `무용담’도 전해진다.

이건이 가장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업적은 2002년 11일3일 뉴욕타임스(NYT) 전면에 실렸던 `북한, “핵프로그램 협상 가능하다” 발언’ 기사.

그는 당시 유엔 주재 북한대사였던 한상렬 대사를 만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침략 전쟁’을 일으킬까봐 걱정스럽다는 말을 듣고 NYT를 통해 협상 의지를 밝힐 것을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지난 15년간 이건은 4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고 북한인들과 친분을 맺었지만 단 1명의 미군 포로도 구출하지 못했으며 북한 친구들에게서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왜 개인적인 외교활동을 지속하느냐는 질문에 “왜 모차르트가 음악을 작곡했을까요? 그게 그 친구가 잘하는 일이니까요”라고 답하며 노력을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