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북정책 한 클릭 左로

한나라당 평화통일특위가 대선을 앞두고 4일 ‘한반도 평화비전’이란 브랜드로 내놓은 새 대북 정책은 대체로 과거에 비해 유연하고 전향적인 대북관을 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간해서 찬성의 여지를 보이지 않았던 남북정상회담을 비록 조건부이긴 하나 찬성하고 있고, 서울-평양 경제대표부 설치, 대북 제한송전, 대북 식량 지원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상호주의 기조를 대체로 유지하되 일부 인도적 사안들에 대해선 예외를 두기도 한다는 게 특위측 설명이다.

남북한 자유왕래를 추진하고 북한 방송과 신문을 먼저 수용함으로써 언론 교류를 트는 한편 남북간 유.무선 통신을 개통하겠다는 정책의 경우 과거와 달리 ‘체제 우월성’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놓고 한나라당의 대북 정책의 착점이 이전에 비해 1-2 클릭 정도 ‘좌로 이동’ 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대북정책 기조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나선 것은 `2.13 합의’ 이후 북미 관계는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급격한 해빙 무드를 맞고 있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적으로는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고 내부적으로도 다른 제정파들이 모두 대북 포용정책 기조를 견지하는 상황에서 자칫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강경 기조를 고집할 경우 `반(反) 통일세력’의 낙인을 벗지 못한 채 대선 패배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정책변신을 재촉했다는 후문이다.

정형근 평화통일특위 위원장도 브리핑을 통해 “그 동안 한나라당은 대북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선(先) 안보, 후(後) 교류.협력을 강조한 나머지 동북아의 탈냉전 흐름을 일부 간과하는 등 현실적 대응력이 미흡한 게 사실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그러나 범여권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무원칙하고 유화적 대응으로 남북교류의 양적 확대만 됐고 북한의 개혁.개방을 위한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이와 달리 한나라당의 정책은 적극적인 대북 개방 소통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즉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추구하되 체제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북한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원칙도 없고 현실성도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한나라당의 기존 정강정책을 다소 구체화했을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대부분 정책들이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북한과의 정치적 마찰시 언제든 중단될 수 있는 것들이므로 현실에서는 결국 과거와 크게 달라질 게 없디는 지적이다.

또한 평양.서울 경제대표부 설치, 남북한 자유왕래 등의 정책들과 함께 북한인권침해 기록보존소 설치나 정치범수용소 해체 등 북한인권 개선요구 정책이 함께 담겼다는 점은 전체적인 정책의 일관성을 떨어뜨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한이 후자를 요구할 경우 현실적으로 북한 정부가 상호 교류를 계속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예상에 따른 분석이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이 ‘대선용’으로만 이 같은 정책을 발표했을뿐 정권을 잡은 뒤에는 용도 폐기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정형근 위원장은 “임시변통이나 대선을 위해 낸 것이 아니라 많은 진통과 논란을 겪으면서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일부 보수세력들로부터도 비판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중도층이란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격인 보수층의 일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 유명무실화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을 약점으로 보는 의견도 있지만 이날 두 주자 측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나왔다.

이 전 시장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은 “당에서 발표한 한반도평화비전은 그간 이명박 후보가 제시한 `비핵개방 3천 구상’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환영한다”고 말했고, 박 전 대표 캠프의 이혜훈 대변인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재임 시절 평화공존의 원칙 하에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북정책을 하겠다고 밝힌 것과 맥락이 동일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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