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북정책 기조 어떻게 변할까

북핵문제를 둘러싼 ‘2.13 합의’ 이후 북미, 남북관계가 급격한 해빙무드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의 방향타를 근본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나서 향후 정책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나라당은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및 핵실험 이후 대북지원 전면중단 등의 강경 기조를 고수해 왔으나 최근 한반도 화해무드 및 동북아 정세 급변 속에 대북정책 노선의 선회를 강요받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당내에선 미국 등 주변국들이 모두 관계개선 쪽으로 나가는 상황에서 한나라당만 시대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 채 강경기조를 고집할 경우 ‘반(反) 통일세력’으로 낙인 찍히면서 대권패배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단 적극적, 긍정적인 자세로 대북정책의 기조를 재검토할 것으로 알려져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지도부는 이미 대북정책 패러다임의 재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대표적 대북 강경파였던 정형근(鄭亨根) 최고위원을 총책임자로 임명해 실무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한나라당은 당 대선주자들과의 조율 등을 거쳐 한 두 달 내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미묘한 입장 변화가 느껴지고 있다. ‘결사반대’를 외치던 단호한 입장이 한풀 꺾인 모양새다.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14일 SBS 라디오에 출연, “북한의 핵불능화 조치가 착실히 이행된다면 남북정상회담도 무방하다”면서 “그러나 대한민국 입장에선 떠나가는 대통령보다는 새로 시작하는 대통령과 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여전히 ‘차기정부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을 고수하긴 했지만 남북정상회담 자체를 ‘대선용 정치공세’로 몰아붙이지는 않았다.

국방전문가인 황진하(黃震夏) 의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갔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무르익는 상황에서 무조건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보다는 의제가 뭐냐, 어떻게 투명한 조치를 준비하느냐, 뒷거래가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차피 열릴 남북정상회담이라면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대신 대선에 악용되지 않도록 담보장치를 만드는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

이런 차원에서 극도의 거부감을 보여 온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방북 움직임에 대해서도 입장을 재정리하는 분위기다. 김 원내대표는 북핵폐기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그분이 물러났으니 남북한 평화와 안정 차원에서 (방북을) 추진하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북지원 문제에 있어서도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린 자세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은 북핵사태가 터지면서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 하에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일체의 대북지원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으나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입장선회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정형근 최고위원은 “쌀을 비롯해 인도적 지원은 얼마든지 해야 한다. 개성공단과 평양에 우리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그것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면서 “대북지원과 관련해 몇 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북접촉 및 대북교류 부문에서의 변화 기류도 읽혀진다. 당 차원이나 한나라당 의원 자격의 방북을 공식적으로 허용치 않았던 방침을 수정, 당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는 것.

김 원내대표가 전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방북계획을 보고토록 한 것이나 대북인도적 사업을 위해 조만간 북쪽 땅을 밟는 이병석(李秉錫) 의원의 방북을 당 차원의 공식 방북으로 인정하려는 것도 이 같은 변화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전시작전통제권(작통권) 문제에 대해선 아직까지 조기환수 반대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나 상황전개에 따라 탄력 대응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황진하 의원은 “북한 핵이 완전 폐기될 때까지 작통권 조기환수 반대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다만) 예측 가능한 조치가 나오면 이 문제를 다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밖에 기본권인 대북 인권문제에 있어서는 국군포로 및 납북자 문제와 연계하며 국제규범에 따라 개선조치를 계속 요구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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