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서해 일대에서 훈련을 강화하면서 도발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과 철책 하나로 마주한 최전방지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1일 육군 중부전선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육군 백골부대 철책 초소.

이 곳은 북한과 불과 2∼4㎞ 떨어진 중부전선의 최단거리지역으로 북한군의 도발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는 곳이다.

1997년에는 비무장지대로 내려오려던 북한군이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놀라 혼비백산해 도망쳤으며 1992년에는 무장한 북한군 3명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무모한 도발을 감행하다 전원 사살된 곳이기도 하다.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탓에 이 지역 철책근무를 맡고 있는 장병들에게도 최근 북한의 도발 징후는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경계근무는 대폭 강화됐고 북한군의 동향에 기민한 모습이다. 긴장이 배가 된 만큼 철조망 사이로 북한땅을 바라보는 장병들의 눈에도 매서움이 감돌았다.

철책에 매달린 희미한 불빛만이 칠흑같은 어둠을 밝히는 이 곳.

밤이 되자 죽은 듯한 고요 속에 철책 옆을 스치듯 지나가는 야간 경계근무병들의 모습이 어슴푸레 눈에 들어올 뿐이다. 말그대로 정중동(靜中動)이었다.

철책을 따라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초소에는 2인 1조의 경계병들이 전방으로 총을 고정한 채 작은 풀잎소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자칫 적막함이 가져올 지 모를 고단함과 지루함은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갓 전입한 이등병에게 북한과 마주한 철책은 공포와 불안감을 줄 만했지만 어둠 속에 드러난 표정에는 자신감이 역력했다. 두려움 속에 위축될 만한기도 했지만 함께 근무를 서는 선임병 옆에서 어깨를 꼿꼿이 세웠다.

전입한 지 40여일 된 한 이등병에게 북한 도발 얘기를 꺼내자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는 야무진 대답만이 돌아왔다. 최전방에서 제대로 근무를 서고 있으니 부모님을 비롯한 모두가 걱정보다는 편안한 마음을 가져달라는 것이었다.

실상 해발 600여m에 위치한 이 지역 ○○소초는 백골부대 관할지역에서도 경계 근무를 서기가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난 곳이다.

철책을 따라 가파르게 이어진 계단수(1천9개)를 빗댄 ‘천국의 계단’을 너머로 정상인 줄 알고 감쪽같이 속아버리는 ‘양치기 계단’까지 깎아지른 듯한 경사에 들쭉날쭉한 수많은 계단이 장병들을 가시돋친 철조망처럼 괴롭히는 곳이다.

하지만 장병들에게 두려움보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묻어났다. 이들은 언제 돌발할 지 모를 위기상황을 이렇게 대비하고 있었다.

경계근무에 나선 박세규 병장은 “적의 어떤 도발에도 굴하지 않고 평상시와 같이 철통경계로 근무를 서고 있다. 국민여러분은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최전방에 있는 장병들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대 중대장 장 강 대위도 “백골부대 전 장병은 한치의 흔들림없이, 싸우면 반드시 이길 준비가 돼 있다”며 “적은 반드시 내 앞으로 온다는 각오로 완벽한 경계작전을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백골부대에는 해골상(骸骨像) 외에 부대를 상징하는 오래된 문구가 있다. ‘필사즉생 골육지정(必死則生 骨肉之情)’. 최전방을 지키는 장병들의 다짐이기도 하다.

한밤을 넘어 새벽녘이 다가오자 교대근무에 나서는 장병들이 철책을 따라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의 굳게 다문 입술이 조국수호의 사명감을 대변하는 듯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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