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이 북한인권교육을?

▲ 7월 10일 평택 미군기지 앞에서 시위중인 한총련 학생

최근 기자는 한총련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를 만났다. 그는 한총련 노선을 지지하는 사람으로 기자와 어쩌다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가 있다. 이번 만남에서 기자는 새로운 사실 하나를 들었다. 한총련이 조직원들에게 북한인권실태를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없다’는 교육이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북한에도 인권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교육이라고 했다. 대체 이 무슨 ‘콩이 팥으로 바뀌는’ 일인가 싶어 귀를 씻고 들어보았더니 그 속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북한 내부를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 문건, 탈북자들의 잇따르는 증언, DailyNK와 같이 북한의 실상을 빠르게 전달하는 매체의 등장, 국제인권단체들의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보고서 등으로 인해 특히 저(低)학번들 사이에서 “북한의 인권실태가 어떠하냐”는 질문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그에 대해 예전처럼 그저 ‘수구반동들의 악랄한 조작극’이라고 답하기에는 궁색한 무언가가 있었을 것이다.

“수용소도 있을 수 있다”는 한총련

그래서 요새는 “북한에도 일부 문제점이 있긴 하다”고 답해준다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사회가 어딨냐”면서 “북한도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기자가 만난 인사도 “중국에 몇 천 명 정도의 탈북자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야기가 기자를 절망케 했다.

한총련의 교육인즉, 북한의 굶주림과 ‘부분적’ 인권문제는 미국의 경제봉쇄 탓이라고 한다. 아마도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의 사진을 후배들이 들고 와 어찌된 연유냐고 물으면, 입술을 깨물면서 “그게 다 미제놈들의 봉쇄탓”이라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답하고 있으리라.

기자가 만난 인사는 “그 어려웠던 시기 2천 3백만 인민 가운데 고작 수천 명의 ‘배반자’가 나온 것은 북한 체제가 그만큼 견고하고, 인민들이 지도부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느냐”고 했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열 백 번도 더 무너졌을 것”이라고 했다. 그런 위기상황에서 일부 과격한 충성분자들이 의분(義憤)에 젖어 탈북자들을 혹독하게 대했을 수도 있으며,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반혁명분자들을 특별히 관리하는 제한구역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개인적 친분이 오래된 인사이지만, 그의 말을 듣는 동안 앞에 놓인 물잔을 던지고 싶은 충동마저 일었다. 논쟁을 할만한 시간적 공간적 조건도 여의치 않아, 부글부글 끓는 속을 참으면서 간단히 실태만을 점검하고 돌아왔다.

한총련, ‘일감’을 북한에서 찾아라

사실 그의 논리는 처음 듣는 것은 아니다. 북한인권운동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투적으로 써먹는 논리다. 기자가 화가 났던 건, 한총련의 뻔뻔함 때문이었다.

이런 식의 교육을 한총련이 전반적으로 실시하고 있는지, 기자가 만난 혁신계열 분파에만 해당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한총련은 이미 오래 전부터 몇 개 분파로 쪼개져 중앙의 통제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하튼 한총련의 일각에서나마, 북한의 ‘팩트’를 일부분이긴 하지만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그랬다면 모든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과거에 대해 일말의 해명이나 사과라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과거에 한총련은 “북한에는 인권문제가 전혀 없다”고 했다. 인권실태를 고발했던 사람들을 거짓말쟁이, 무언가 음흉한 속셈이 있는 사람 정도로 몰아세웠다. 한총련의 잘못된 교육에 속았던 사람들에게 해명해주고, 한총련이 음해했던 사람들의 ‘훼손된 명예’에 사과해야 하지 않겠나.

쏟아지는 물증 앞에 당황하는 한총련의 속내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변명을 하려면 똑바로 해야 한다. ‘주체의 나라’ 북한은 모든 것을 “수령의 은덕”이라 말한다. 한총련도 이러한 논리를 주워 삼켰다. 그런데 잘된 것은 다 수령 탓이고 못된 것은 다 미국 탓이라니, 이런 황당한 주장을 믿는 대학생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만 하다.

한총련 운동권이던 시절에 기자는 자기비판의 기본 자세를 “잘못은 주체에서 찾고 일감은 객관에서 찾는다”라고 배웠다. 지금 한총련은 잘못은 미국에서 찾고 일감은 남한에서만 찾는 것 같다.

‘잘못은 주체에서 찾는다’라는 원칙을 북한에 갖다 대어보기 바란다. 그러면 세상에서 가장 고통 받고 착취당하는 민중의 편에 서겠다는 운동권의 올바른 ‘일감’들이 무수히 보일 것이다.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