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두 가족?…한나라당 정체성 논란 점화

▲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좌)과 고진화 의원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중도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당 내에서도 보-혁 구도에 따른 정체성 논란이 거세게 불어닥치고 있다.

사건의 불씨는 손 전지사의 입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30일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이 무조건 집권하는 것을 목표로 해서는 안된다”며 여타의 한나라당 대권주자와 지지층들이 올해 최우선 목표로 ‘정권교체’를 강조하는 것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정권교체를 해야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역량이 생기는 것이다. 정권교체는 개인의 영달이 아니라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국민이 원하고 있다”며 손 전 지사의 주장을 받아쳤다.

전여옥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1일 “정치학 교과서에도 정당의 존재 이유는 정권교체라며”, 손 전 지사의 주장은 “100만 당원들에게 모욕을 주는 일”이라고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31일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대선전략 토론회에서는 한나라당의 정체성에 대한 공박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명한 보수성을 드러내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한나라당 내부에 존재하는 열린당 2중대를 척결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인물로 고진화 의원을 지목했다.

반면 친이명박 계인 박형준 의원은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반북(反北), 반공(反共) 등 이념을 내세워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 다수의 절대 혐오층이 생길 수 있다”며 소장파를 두둔했다.

김용갑 의원은 1일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경선에 출마하는 것을 보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의 경선이 우습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 이제 그만 내려오라”며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공격에 동참했다.

전 최고위원도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면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야 한다”면서 “당에서 공천을 주고 의료보험료도 내 주는데 다른 곳에 가서 놀고 어울린다면 당은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고진화 의원은 “유석춘 공동본부장의 망언은 낡은 색깔론과 이념 논쟁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망언”이라며 유 본부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고 의원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은 광주 학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헌정부정 세력, 색깔론을 통해 남북 대결을 조장한 세력, 지역주의 세력, 친일·유신·군사독재체제 옹호, 민주인권 압살에 동조한 역사 퇴행세력, 일부 기득권에 옹호하는 부패 타락세력과는 단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의원도 “자기와 색깔이 다른 사람들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정치공작 수법이다. 한나라당은 철지난 색깔론과 인연을 끊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탈당 도미노 현상으로 인해 열린우리당의 분열이 속도를 더해갈수록, 그 여파가 한나라당에까지 미칠 것이라고 보고있다. 소장개혁파에서부터 강경 보수파까지 다양한 이념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는 한나라당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에 앞서 당내 입장 정리를 위한 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