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회담: 박근혜 대통령의 북핵 해법

7월 3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에 한국호(號)가 항해할 방향을 공식화하였다. 그 핵심은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중국과 손을 잡는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동성명과 이후 공개된 박근혜-시진핑 간의 회담 내용을 볼 때, 서로 간에 계산된 ‘주고-받기’로 한국과 중국이 양국의 이해관계를 서로 인정하고 지지하였다.


공동성명


우선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여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지금보다 더 진전된 반대의사를 공개적으로 천명하였다. 이에 대해 한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수단이고, 2005년 9월 19일 합의한 공동성명이 구체적 실현방안임을 재인정하였다.


여기서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북핵 폐기의 실패 시에 한국이 일방적으로 ‘핵무기 개발’이나 ‘핵무기 반입’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중국에 약속하였다는 비판이 있지만, 북핵문제가 주요 의제인 6자회담의 2005년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은 공식적으로 이미 사용되었다. 즉 9·19 공동성명에서 “6자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이며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하였고, 한국은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1992년도 ‘한반도의 비핵화에 관한 남북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또는 배비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하였다.


물론 북핵 폐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1992년의 남북 공동선언이나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이나 2014년 7월의 한중회담 공동성명에서 한국의 비핵화 약속이 파기될 수 있음은 명백하다. 왜냐하면 북핵 폐기와 한국의 비핵화는 서로 간에 필요조건임으로, 북한이 핵보유를 지금처럼 계속 고수할 경우 한국의 핵무장이나 핵무기 반입이 부정될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는 현재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거나 소유가 의심되는 북한에만 해당하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이해를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것은 한중 정상의 공동성명에서 9·19 공동성명에 대한 재확인과 논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 즉 국민의 의구심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풀어주지 않아 청와대의 신뢰성만 떨어뜨리는 격이 되었다.


다른 한편 공동성명에서 중국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의 핵심 내용인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하고 “통일에 대한 한민족의 염원”을 존중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의 실현을 지지함으로써, 공동성명에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한반도 통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묵시적으로 인정하였다. 여기에 대해 한국은 “대만이 중국 영토의 불가분의 일부분임”을 재확인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기존의 입장을 계속 견지해 나갈 것을 약속하였다.


공동성명 전체를 볼 때 “중국은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임을 인정한다”는 정도의 파격적이고 새로운 내용이 없을 뿐, 지금까지 한국과 중국 간의 합의 내용을 재확인하고 있는 정도라고 판단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에 넣지 않은 회담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회담 내용


주철기 수석이 7월 4일 브리핑한 내용은 ▲아베 일본 총리의 고노담화 검증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일본 내각의 헌법 재해석 ▲일본인 납치와 관련하여 북한이 조사위원회를 결성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한 것에 대한 양국 정상의 회담 내용이다.


여기서 아베 총리의 고노담화 검증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객관적으로 잘못하고 있음이 명명백백하여 한국과 중국 정상의 비판은 지극히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차라리 이런 내용을 공동성명에 담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자위권 보유를 인정하는 쪽으로 헌법을 재해석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집단적 자위권이 실제 행사되는 것은 우리한테 해로운 방법으로 행사될 일이 없고, 우리를 도울 일 외에는 행사될 상황이 존재하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일본의 집단 자위권 확보를 마치 ‘일본제국주의의 부활’이나 ‘한반도에서 일본군의 상륙’처럼 보도하는 일부 언론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아베 총리의 비상식적이고 왜곡된 과거사 인식이 일본의 집단 자위권에 대하여 인접국가의 경계심을 부추기는 측면은 분명 있다. 일본의 자업자득인 것이다.


다른 한편 중국의 견제에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미국은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보가 미일동맹의 쌍방 실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만큼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다. 어떤 국가가 자국이 타국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군사동맹을 원하겠는가? 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일본의 집단 자위권 선언은 중국을 견제하는 외부 군사 압력의 증대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집단자위권 보유는 “세계 모든 국가들은 집단적·개별적 자위권이 있다”는 UN헌장에 의해 인정되고 있고, 한국과 중국 모두 유엔 가입 시에 유엔 헌장의 준수를 약속한 만큼, 양국 정상의 비판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여러 나라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대 중인 것을 주목하면서, 일본 정부가 자국민의 지지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정책을 지양하고 평화헌법에 더 부응하는 방향으로 방위 안보 정책을 투명성 있게 추진해야 할 것”라는 점에 서로 공감하였다고 한다.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한 양국 정상의 ‘공감’은 그 실체도 없을뿐더러 일본 국민이 집단자위권 보유에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게 만들 가능성이 더 높다. 즉 일본의 여론을 근거로 모든 나라가 보유할 수 있는 집단자위권에 대한 비판을 하였기 때문이다. 냉정히 판단하면 이런 내용은 박 대통령의 사담일 뿐 발표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마지막으로 아베 총리가 한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에 맞추어 발표한 대북제재 일부 해제에 대해서, “한중 정상은 최근 북일 대화와 관련해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 핵을 이유로 부과된 제재가 잘못 다뤄지면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깨뜨릴 우려가 있다’며 이날 확정된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청와대는 발표하였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이번 결정으로 ▲북한 당국자의 입국금지 등 인적 왕래규제 ▲10만 엔(약 100만 원) 이상 현금반출 및 300만 엔(약 3000만 원) 이상 송금에 대한 신고 의무화 ▲인도주의적 목적을 가진 북한 국적 선박의 입항 금지 등 3가지 재제조치가 해제된다. 화객선 ‘만경봉호’의 입항 금지와 북한 전세기 입국 금지 등은 당분간 유지된다. 그리고 이러한 조처는 유엔의 대북제재와 별도로 “일본이 독자적으로 부과해온 대북 제재조치의 일부”이다. (Asahi Asia Antenna, “日 대북 제재 일부 해제 결정…납치 재조사에 ‘실효성’ 판단”, 2014. 7.3)


차라리 한국은 개성공단을 운영하면서 약 5만 명의 북한 근로자에게 2012년 기준 7800만 달러의 임금을 지불하였지만, 실제 북한 근로자는 그 중에서 120만 달러만을 가져가고, 나머지 7680만 달러라는 막대한 현찰을 김정은 정권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있다. 중국 역시 제3차 핵실험이 있었던 2013년 북한과의 무역액이 65억 달러 정도이다. 객관적으로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장본인은 우선 중국이고 그 다음 한국이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대북제재 일부 해제에 대하여 중국의 비판을 끌어들인 이유는 분명하다. 이런 정도의 대북제재를 일본 정부가 해제한 것을 반대한 중국이라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시에 어떤 종류의 제재를 가할지를 북한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막기 위해서 일본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해제를 끌어들였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를 위해서 중국이 반대하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확보를 같이 반대해 준 것이다. 한국과 중국은 양국의 이해를 위해서 서로 간에 ‘주고-받기’를 하였지만 그 근거는 객관적으로 확실하지 않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일본 정부가 취한 일련의 조치에 대하여 한중 공동성명에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문제점


한중 정상회담 이후, 일부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친중노선으로 전통적인 한미동맹에 균열이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지지하는 일본의 집단자위권에 대하여 한국이 부정적 태도를 표명한 것을 한국 정부의 일종의 ‘바람피우기’로 보는 비판자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한중 정상회담이 ‘핵을 이고 살 수는 없다’라는 박 대통령의 ‘북핵불용인’의 입장을 실천으로 옮기는 장이었다는 사실이다. 즉 미국도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한국으로는 안보 전체의 사활이 걸린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중국과 손을 잡겠다는 것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그리고 한국이 중국에게 북핵문제의 해결을 부탁하기 위해서 중국의 이해를 받아들이는 주고-받기는 피할 수 없는 외교적 현실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박 대통령이 바라는 바처럼 북한의 핵개발을 중국의 도움으로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 북한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4차 핵실험을 하였을 경우, 한국이 어떤 착잡한 입장에 빠질 것인지를 계산하였느냐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생각한다면 오로지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선의만을 믿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박근혜 정부는 인지하고 있을까?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후 잠시 대북 경제제재를 한 이후 북한과의 무역을 증대시켰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 볼 때, 북한은 제4차 핵실험을 해야 할 많은 이유를 갖고 있으며, 한국과 우방이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반드시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고 다만 핵무기를 운반하기 위하여 탄두소형화 작업만이 남은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으로서 제4차 핵실험을 허용하면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의 사실상 강요된 자진사퇴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더 이상 원칙의 정치가라고 할 수는 없다. 남은 것은 외교와 대북정책에서 상대 지도자에 대한 깊은 신뢰 혹은 깊은 불신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에 대해서는 깊은 불신이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에 대해서는 깊은 신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신뢰한 또 다른 ‘지도자’가 있었다. 그것은 김정일이다. 2002년 박 대통령은 김정일을 만나 회담을 하였고, 이 회담으로부터 배운 바를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서 기술하였다.


“북한에 다녀온 이후 나는 남북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그것은 바로 진심을 바탕으로 상호 신뢰를 쌓아야만 발전적인 협상과 약속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의 눈치를 살피거나 정치적 계산에 밀려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만난 횟수나 대화 시간은 무의미하다. 아니, 오히려 그런 식의 만남이 많아질수록 양측이 신뢰를 쌓을 가능성은 적어질 것이다.


그런데 왜 정부 대 정부끼리 만나면 약속이 안 지켜지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그동안 뭔가 투명하지 않는 것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북측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면 그들도 약속한 부분에 대해 지킬 것은 지키려고 노력한다. 나는 북한 방문을 통해 이런 확신을 얻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김정일에 대한 신뢰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2005년의 9·19 공동성명은 북한에 의해 지켜지지 않았고, 그대신 북한은 헌법에 핵보유를 명문화하였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을 움직이는 방법은 설득, 주고-받기, 위협이다. 북핵 문제에서 이미 앞의 두 방법은 검증가능하게 실패했다. 이제 남은 것은 경제제재와 군사위협뿐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방법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지도자와 중국 지도자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을 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그것 역시 설득, 주고-받기, 위협이다. 중국 역시 앞의 두 가지를 소진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하지 않는 것을 중국에게 요구할 수 있는지 박근혜 정부는 냉정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시간은 별로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