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북한판 등소평’ 함께 물색할 때가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가는 것 같다.

한중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고, 이대통령은 지진이 일어난 쓰촨지역을 외국 수반으로는 처음으로 방문하여 13억 중국인들의 마음을 잡으려 한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군사분야를 제외하면 모든 분야에서 ‘좋은 친구’ 관계가 되었다는 의미다. 중-일 관계보다 한중관계가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중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한-중 관계는 꾸준히 신뢰를 구축해왔다. 92년 수교 이후 지금까지 오는데 16년이 걸렸다. 수교 이전 신뢰구축을 위해 뜸들인 기간까지 다 합치면 대략 25년, 벌써 4반 세기가 되어간다.

한-중관계가 깊어진 배경은 무엇보다 경제분야에서 서로 이익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발전과 중국의 개혁개방이 양국을 깊은 관계로 이어주었다. 그러나 정치 군사분야 관계는 북중관계의 그것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국은 북중관계를 아직 순치(脣齒=입술과 이) 관계로 본다. 서로 1,35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중국 입장에서는 미일, 한미 군사동맹의 충격완화지대로서 북한 지역의 중요성을 파악한다. 전통적인 미-일-한 남방 3각, 러-중-북 북방 3각 라인이 맞닿은 곳이 한반도다. 북한지역은 중국에게 바로 전략적 요충지다. 이 지역을 미국의 영향권에 내놓으면 중국의 동북지방이 미국의 연장선인 한반도의 영향 아래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북한지역에 대해서도 이제는 한 미 중이 사고의 전환을 할 때가 되었다. 중국의 개혁개방 30년, 러시아의 체제전환 20년이 되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화의 큰 물결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그럼에도 동북 아시아에서 단 한 곳 북한지역만이 세계화의 큰 물결에 꼴깍꼴깍 넘어가는 ‘작은 섬’이 되어 있다. 이 섬이 중국 입장에서 볼 때 아직은 군사전략적 이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지역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할 시간도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북한을 앞으로도 계속 폐쇄된 섬으로 방치해둘 수 있다면 모룰까, 비록 좁은 범위이지만 이미 10여년 전부터 외부정보가 많이 들어가고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어렵지만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북한에도 세계화, 정보화의 물결이 넘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의 한 성(省)에도 못미치는 좁은 북한 땅이 세계화의 물결에 휩쓸리는 것은 결국 시간문제다. 따라서 한 미 중은 이 시점에서 북한지역을 한 미 일 중 러가 함께 동북아의 평화와 교류협력을 위한 능동적인 로터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사고의 대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한국이 서고 중국이 큰 역할을 할 때가 된 것이다.

현재 북한지역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영향력은 중국이 가장 크다.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지역을 개방으로 몰고가겠다는 결심을 하면, 아무리 김정일이 이에 저항한다 해도 결국 역부족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능동적으로 움직여 주느냐이다.

현재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가져야 할 태도는 북한의 지하 광물자원이나 탐내고 북한의 급변사태에 피동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 갑작스런 급변사태가 일어난다면 중국도 어려워진다. 따라서 중국의 역할은 북한지역을 개방으로 적극적으로 몰고가면서, 이 과정에서 김정일 정권을 개방정부로 교체하고 북한을 평화적으로 체제전환을 시켜주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이 작업을 중국 단독으로 하기보다 한국,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주고, 한국이 중심에 서서 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동의해주어야 한다.

만약 중국이 이같은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동의해준다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수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동북아 지역에 평화와 국제협력, 21세기 아시아 시대를 열어가는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중국은 마오쩌둥 시기 3천만명이 죽는 대약진 운동과 인민공사의 실패, 문화대혁명이라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어려움을 겪고 스스로 개혁개방의 문을 박차고 나왔다. 때문에 중국은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정치, 경제적 상황과 올바른 진로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피부에 와닿게 잘 알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지속되는 한 완전한 비핵도, 개방도 어렵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김정일을 대체할 ‘북한판 등소평’을 한, 미, 중이 함께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북한 급변사태’라는, 한 중 양국이 모두 원치 않는 상황에 미리 대처하는 길이다.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들어선 한중 양국은 이제부터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댈 때가 되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