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동상이몽’..천안함 외교 향배는

경주에서 16일 막을 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은 ‘천안함 외교’를 둘러싼 한.중간의 셈범 차이가 분명히 드러난 무대였다.


양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긴밀한 소통과 협의’를 대외적으로 다짐했지만 정작 쟁점인 북핵 6자회담과의 연계여부를 놓고는 서로의 ‘방점’이 다른 곳에 찍혀있음이 거듭 확인됐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 평가다.


크게 보아 우리 정부의 ‘선(先) 천안함, 후(後) 6자회담’ 기조와 중국측의 ‘천안함-6자회담 분리대응’ 기조가 이렇다할 접점없이 병립하는 구도였다고 볼 수 있다.


3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유명환 외교장관의 강조점은 시종 ‘천안함’에 놓여있었다. 그간의 조사진행 상황을 브리핑한 유 장관은 향후 대응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 중국의 지지를 끌어내는데 주력했다. 여기에는 일본측 오카다 가쓰야(岡田 克也) 외무대신도 적극 지지의사를 표명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비해 중국측의 주된 관심은 ‘6자회담’에 가있었다는게 관측통들의 시각이다. 물론 양제츠 부장도 천안함 사태에 대한 애도의 뜻을 재확인하고 긴밀한 소통ㆍ협의를 다짐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회담의 내용을 들여다볼 때 상대적인 강조점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관련국들의 유연성과 노력에 놓여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측이 이번 회의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3단계 프로세스를 공식적으로 제시한데서 확인된다. 3단계 프로세스는 ‘북한과 미국간의 양자대화→ 6자회담 참가국들간의 예비회담→6자회담 본회담 재개’의 수순으로, 중국의 중재 노력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중의 이 같은 입장차는 어느정도 예견됐던게 사실이다. 키를 쥔 중국으로서는 현시점에서 급작스럽게 입장변화를 꾀할만큼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높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국은 현시점에서 남과 북을 모두 ‘관리’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스탠스를 취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공식적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이 갑자기 항로수정을 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애초부터 어려웠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여기에다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으로서의 ‘체면’과 의무감이 클 수 밖에 없는게 사실이다.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이 마무리되면서 중국으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6자회담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이 한편으로는 한국에 대해 ‘소통과 협의’를 약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주장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는 것은 대내외적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중국으로서는 이번 회의에서 천안함 사태의 엄중성을 지적하는 한.일의 일치된 목소리와 공조 움직임을 접하면서 일정한 심리적 부담을 느꼈을 가능성은 높아보인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오는 20일 조사결과가 공식발표된 이후에 중국이 실제로 어떤 태도를 취할 지다. 중국이 현재의 대응기조를 그대로 가져가느냐, 아니면 방향을 선회하느냐의 여부는 우리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천안함 외교’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외교가에서는 경주회동에서 드러난 현재까지의 기류로 볼 때 중국의 입장변화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편이다.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중시하는 중국으로서는 천안함 사태의 여파가 역내의 긴장과 갈등을 높이는 쪽으로 작동하는 시나리오를 경계할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만일 우리 정부가 이번 사건의 원인을 ‘무력공격'(armed attack)으로 규정하고 북한의 소행으로 잠정 결론짓더라도 북한이 이를 부인하고 나설 경우 중국으로서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대응 움직임에 소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적지 않다.


오히려 중국으로서는 일정한 시간이 경과해 천안함 국면이 이완되는 흐름을 보일 경우 예비회담 일정을 회람하는 형식으로 6자회담 재개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을 흔들 변수도 적지는 않다. 한.미.일을 중심으로 ‘천안함 공조’ 움직임과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여론이 중국에게 상당한 압박으로 다가설 여지가 있다.


특히 조만간 예정된 중요 외교이벤트들의 현장에서 한.미를 중심으로 대중 설득외교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24∼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경제.전략대화에서 천안함 사건에 대한 G2(주요 2개국) 차원의 대응이 논의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압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의 ‘본회담’ 격인 한.중.일 정상회담도 주목해야할 이벤트다. 이달 하순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3국 정상회담은 조사결과가 공식발표되고 국제사회의 여론이 일정정도 형성된 이후 열리는 것이어서 중국으로서는 상당한 부담감 속에서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외교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