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격상 무엇이 달라지나[①외교.안보.국방]

“저평가된 중국의 가치가 전방위적으로 격상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데 대해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27일 ‘중국의 재발견’을 화두에 올렸다.

2천년 이상 교류를 지속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가량 ‘의절’하고 살았던 한국과 중국은 동서냉전이 붕괴된 직후인 1992년 뒤늦게 수교를 한 뒤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는 듯 관계발전에 적극 나섰다.

1992년 수교 당시 50억달러에 불과했던 한.중간 연간 교역액은 지난해 1천450억달러로 수교 당시에 비해 29배나 증가했다. 한.중 교역 규모는 미국(830억 달러)과 일본(826억 달러)과의 교역을 합한 수치에 육박하고 있다.

경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적 교류다. 수교 당시 13만명에 불과했던 인적 교류는 지난해 500만명에 달한다.

그래서 수교 당시 ‘우호협력관계’였던 양국은 1998년 ’21세기 한.중 협력동반자 관계’를 선언한 데 이어 2000년에는 ‘전면적 협력관계’ 합의를 통해 정치.군사.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확대.발전을 거듭했다.

이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드디어 ‘전략’을 매개로 하는 동반자 관계를 지향한다는 점을 내외에 과시하게 됐다.

양국 관계에 전략적 개념이 포함되는 것은 경제와 인적교류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양국이 이제 명실상부하게 외교와 안보 등 국가적 가치를 공유함을 밝히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외교가는 평가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경제와 인적교류에서 한국의 제1 상대국이 된 중국이 외교.안보적 지향에서도 최상의 동반자가 됐음을 한국인들은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으로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중국내에는 한류(韓流)로 상징되는 한국의 문화가 중국인의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요소로 자리잡았다.

이 대통령이 27일 인민일보(人民日報)와의 인터뷰에서 “수교 16년만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가가 되고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3~4번째 교역국이 되는 등 이렇게 발전한 예가 없다”면서 “이제는 경제관계 이외에 한단계 더 발전시켜야 할 단계에 왔다”고 말한 것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읽힌다.

중국은 일본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보다 한 단계 아래라고 할 수 있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맺고 있다.

한.중 관계의 격상을 가시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양국 최고 지도자간의 교류가 긴밀하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방중 기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물론이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자칭린(賈慶林)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중국 권력 서열 1-4위 인사를 모두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외교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해 양국은 국가정상급 협의는 물론 양국 외교장관간 협의 등 다양한 협의 채널을 동원해 높은 단계의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핵 6자회담을 주무대로 북한 핵문제의 해결을 위해 의장국과 핵심당사국으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현재까지 법적으로 ‘휴전상태’인 한반도 질서를 재구축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중국은 ‘동반자적 가치’를 공유하며 평화체제 논의 등에 있어서도 협력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리고 양국 협력 의제가 양자차원을 넘어 환경과 기후변화, 에너지, 문화 등 지역 및 세계적 이슈로 확대되는 것도 중요한 관계발전의 징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한때 ‘한미관계’ 강화에 주력한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명박 정부가 이번 방문을 통해 ‘균형된 외교’의 가치를 선보이고 한중관계의 격상을 확인하는 것은 중국 정부와 중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이슈이면서 외교적 변수가 가미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문제에 있어서도 과거와 다른 동력을 부여받아 탄력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공감대를 구축해나가자는 것이 큰 그림”이라며 “중국이 우리를 미래에 대해 논의할 수 있고 모든 이슈에 대해 협의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본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외교 당국자는 “전략적 관계로 격상된다 해서 지금까지 안하던 것을 갑자기 한다기 보다는 같은 이슈를 논의하더라도 보다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관계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한중관계가 전략적 관계로 격상되면 그동안 미진했던 군사 교류도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인도적 해상수색구조훈련과 공군기 및 함정 상호방문 등이 예상된다.

우리 나라는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는 해군 공동훈련과 함정 상호방문 행사를 연례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과는 실질적인 군사교류의 폭을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군당국은 2001년부터 중국 측에 함정과 군용기 상호방문을 제의해오고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군 및 공군부대 간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인 군사 ‘핫라인’의 설치가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국은 작년 5월 양국 수교 15주년 기념일인 8월 24일을 전후로 군사 핫라인을 개통키로 합의했으나 중국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아직 설치되고 않고 있다.

군사 핫라인은 오산의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중국 베이징(北京) 방공센터, 진해 해군작전사령부 지휘통제실과 칭다오의 중국군 북해함대사령부 작전처에 각각 설치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양국은 연례적으로 국방장관, 합참의장, 각 군 총장, 야전사령관급의 군 인사 상호방문과 함께 학생장교 단기 연수, 체육행사 등을 개최하고 있다.

주로 핵문제에 국한됐던 북한문제에 있어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보다 긴밀한 협조체제가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지만 신중하게 대처해야할 것도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중관계의 전략적 관계로의 격상은 미국, 북한과의 관계는 물론 여러 사안에 걸쳐 파장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한 한국의 참여문제라든 지, 한국이 미국은 물론 일본과의 한.미.일 3각 협력체제 강화에 주력하는 점 등은 중국이 예민하게 볼 수 밖에 없는 문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이 군사.안보적으로 가까워지는데 대해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북한을 어떻게 다룰 지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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