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 中 확답 없어 무산”…다음 정상외교는?

이달 중 개최 예정이었던 한중일 정상회의가 끝내 무산된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은 조만간 연내 회의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9일 국회서 가결, 헌재의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어 국내 정세로 인한 ‘외교 공백’이 현실화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한중일 정상회의와 관련, “준비시간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금년 안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의장국인 일본이 (외교 루트로) 표명했다”면서 “이번 주 초에 (관련 입장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19, 20일에 개최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가 진행돼 왔지만, 중국 측이 지난주까지 (참가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면서 “기본적으로 중국이 회의 개최에 대한 일정 확정하지 않은 게 (회의 무산 이유 중)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주에 회담 준비와 관련해 부국장 회의 개최를 추진하긴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3국 정상회의에 앞서 실무진 간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부국장 회의마저 무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어 “(회의 무산이) 단순히 일정 조정 문제 때문이었다면 (합의 유지 등) 큰 틀에 있어서는 큰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작년에 3국 협력을 복원하면서 ‘연례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자는 합의가 있었던 만큼 올해 개최되지 않은 건 아쉽다”고 밝혔다.

실제 한중일 정상회의는 박근혜 정부의 주요 외교 성과로도 꼽혀왔다. 3국은 2008년 이후 매년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아 회의를 개최해오다가 2012년 5월 한일, 중일 갈등으로 2년 반 동안 중단됐다. 그러던 중 지난해 우리 정부가 의장국으로서 2년 반 만에 회의를 재개, 정례적으로 회의를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나 이듬해인 올해 회의 개최가 무산된 셈이다.

금년 회의 개최가 무산된 게 한국 국내 정세 때문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에 이 당국자는 “일본 측도 금년 개최가 어렵게 된 게 중국 측 입장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었다”고 답했다. 일본이 내년 초에 다시 회의 개최를 추진할 수도 있지만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중국의 비협조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이 지속 불만을 표출해온 ‘사드 배치’ 관련 사안이 내년 초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이에 맞춰 중국이 또 한 번 회의 불참을 시사할 우려도 나온다.

한편 현 시점에서 확정된 정상외교 일정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없다. 해외순방도, 해외 정상의 방문 일정도 백지 상태다. 향후 확정된 정상외교 일정 중 가장 빠른 건 내년 7월 7일 독일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다. 그전까진 소위 ‘갈 데도, 오는 데도’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는 이런 현실이 ‘외교 공백’이라고 보지는 않고 있다. 통상 1월 말경에야 올해 정상외교 일정을 확정지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에게 “현 시점에서 국정 공백이 현실화 됐다고 (기사) 타이틀을 내면 상당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양자적으로 하는 정상외교는 대개 상반기에 몰려 있을 텐데, 아직 연말이기 때문에 확정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어떤 나라라고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내년 상반기에 (한국에) 오겠다고 의사 표현을 한 나라가 7, 8개국”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장 북핵 위협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등으로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확정된 정상외교 일정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외교공백’에 대한 우려는 지속 제기된다. 미·중·일·러 한반도 주요 4대 강국은 양자회담 및 다자회의 참석으로 연일 치열한 외교전을 펼치는 중이다.

또한 일정에 없던 정상외교가 성사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황 총리가 나설 수 있지만, 무게감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한대행’ 자격으로는 사실상 국내외 문제에 있어 상황관리 및 현상유지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위 당국자는 “대행(황 총리)과 협의해야 할 일”이라면서 “실무적으로 무엇이 확정됐느냐고 묻는다면 아직 말씀 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