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과 쇼핑의 거리 명동, 대학가의 핸드폰 매장 등 이곳저곳에서 중국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중국 유학생의 수는 7만 명을 넘어서 한국내 외국인 유학생 중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인천 국제공항에는 10분마다 한 대씩 중국으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고 있다. 중국이 우리의 최대교역국이 된지는 이미 오래전 이야기다.
수교를 맺은 지 불과 20년 만에 중국은 그렇게 가까이 다가와 있지만 한·중 관계의 비약적 발전의 이면에는 아직도 풀어야 숙제들이 산더미다.
한국인이 외국에서 사형을 당한 최초의 국가, 주적(主敵)관계인 북한과 혈맹인 나라, 동북공정을 비롯한 역사분쟁, 그리고 최근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던 북한민주화운동가 김영환 씨 고문사건 등 이처럼 정치·경제·역사·안보 다방면에서 여전히 불편한 관계인 중국.
한중수교 20주년이 되는 올해는 이 같은 숙제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 미래의 청사진을 냉정하게 그리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최근 발간된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가』(시대정신 刊)도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한중수교를 맺기 이전 40년 역사와 한중수교가 이뤄진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연도별 주요 사건을 정리해가면서 독자들에게 한중 관계가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고 있다.
중국 현장에서 뛰고 있는 중국 전문가들의 모임인 ‘한중미래연’에서 기획실장을 맞고 있는 저자 곽대중 씨는 책을 통해 그 모든 ‘한중 관계’라고 말해왔던 대부분의 문제가 ‘중미 관계의 종속변수’였거나, ‘남북 관계나 북한 문제의 파생변수’였다고 분석한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변수들에 휘둘려왔던 지난 20년이었지만 남북 관계와 한미 관계가 변화를 시작하면 그러한 변수들로부터 우리는 상당부분 자유로워질 것이고, 점차 정세를 주도하는 경험도 축적할 수 있게 된다. 통일된 Korea가 바로 그러한 온전한 Korea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그때에 한중 관계도 새로운 출발점에 다시 서게 될 것이다.”
어느덧 G2로 성장해 버린 이웃나라 중국. 책에서 저자는 중국의 경제력과 능력을 소홀히 봐서도 안 되겠지만 과민 반응하지 않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무한한 절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동북공정’ 등에서 나타나는 중화민족주의와 천안함 폭침 사건과 북한 3대 세습에 눈을 감고 있는 문제 등으로 대표되는 한중 위기와 그와 대비해 중국내에서 퍼지는 한류문화, 갈수록 커지는 달콤한 중국 시장에 대한 도전이라는 기회에 글로벌한 시각이 필요한 독자에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