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고철된 ‘신포경수로’ 떠안고 추가로 614억 날릴 판

한국전력공사가 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의 미지급금 등 청산비용을 부담하는 대가로 넘겨받은 8억3천만 달러(약 9030억원) 상당의 신포 경수로 기자개가 고철로 폐기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입수한 한전의 내부 보고서 ‘KEDO 사업 청산 및 기자재 대책’에 따르면 한전은 ▲남품업체 손실 보전 비용 5천만 달러 ▲KEDO 미지급 금액 6천2백만 달러 ▲기자재 유지보관비 5천만 달러 등 총 1억 6천2백만 달러를 부담하는 대신 경수로 발전기 등 8억3천만 달러 상당의 핵심 설비를 떠안는 조건으로 KEDO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로설비와 터빈발전기는 기술 수준이 최근 기준에 뒤떨어져 해외 수출이 어렵고 설계 요건이 달라 국내 신규 원전에도 활용될 수 없다”며 “즉각 폐기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경수로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에 대비해 최대 2010년까지 보관한 뒤 그 안에 경수로 사업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폐기한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김 의원은 한전이 경수로 시공사라는 점과 정부의 압력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자재를 떠안았다가 청산비용만 부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김 의원은 한전은 보관비용으로만 지난해 114억 원을 썼고, 올해에도 60억 원 이상을 부담한 것으로 추정했다.

또, 보고서는 2010년까지 보관할 경우 최대 5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고, 경수로 사업 청산을 위해서는 손실 보전을 요청한 납품업체에 이미 266억 원을 지급했지만, 앞으로 114억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2006년 당시 통일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전은 손해를 보지 않고 기자재를 활용하게 돼 정부나 국민이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좌파 정권의 퍼주기식 대북정책으로 국민의 전기요금으로 유지되는 공기업이 막대한 부담을 지고 있다”며 “경수로사업이 재개돼도 장비 노후화 등으로 인해 재사용이 가능한지 모르기 때문에 한전은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해당 설비를 계속 보관해야 하는지 신속히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북한의 신포 경수로는1994년 미북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이 원자로 연료봉 재처리(플루토늄 추출)를 통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한국․미국․일본․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신포 경수로 건설 중에 몰래 우라늄 농축 방식으로 핵개발을 시도하며 핵무기비확산조약(NPT)까지 탈퇴해 2003년 12월 공사가 중단됐다. 신포 경수로는 이때까지 15억 6천2백억 달러가 투입됐으며 35%의 공정률에 그친 채 ‘콘크리트 덩어리’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