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 남북적십자회담 채비에 활기

대한적십자사(총재 유종하. 이하 한적)가 20일 북한의 조선적십자사(북적)에 이산가족 상봉 협의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열 것을 제의함에 따라 북적이 이에 응해 2007년 11월 제9차 남북적십자회담 이후 중단된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이 2년만에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김양건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과 추석무렵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갖기로 합의한 만큼 일단 북한이 회담 개최 자체엔 응하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적십자회담이 열리고 이어 이산가족 상봉까지 성사된다면 이는 남북관계 전반에 훈풍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남북적십자회담은 ‘준당국’ 성격을 띠고 있다.

한적은 회담 준비를 위해 우선 북한이 지난해 11월 차단한 판문점 적십자 직통 전화를 복구하는 게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이전에도 회담이 개최되기 전에 남북 적십자간 핫라인을 통해 회담 의제를 사전 조율하면서 시간을 절약해 왔기 때문.

한적은 이날 북한에 보낸 전통문에서도 “직통전화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으나 이 전화는 이날 오후 현재까지 먹통이어서 대북 전통문도 군 통신선을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적은 아직 북측과의 조율 문제 때문에 회담 의제를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은 단계지만 관례에 비춰 상봉 시기, 장소, 방법 등을 기본적으로 다루고 앞으로 회담과 상봉을 정례화하는 문제도 회담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정부가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 문제의 거론 자체를 기피하는 만큼 이번에 회담이 열릴 경우 이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주목된다.

한적은 회담 준비에 착수하면서 이날부터 서울 남산동 본사 1층에 자원봉사자 2명을 새로 배치, 이산가족 들의 상봉 신청을 접수하고 민원상담도 하고 있다.

형 김등렬(89)씨를 찾기 위해 신청서를 낸 형렬(81.서울 동작구 대방동)씨는 한적의 회담 제의에 대해 “잘 됐다”며 “제과점에서 일하던 형이 1942년 제과점 평양 지점으로 발령받은 뒤 38선이 생기면서 소식이 두절됐는데 이번에 꼭 좀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한적측 수석대표를 맡을 김영철 사무총장은 “한동안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않아 이산가족들의 만나고 싶은 욕구가 강한 만큼 최대한 준비기간을 단축해 가급적 추석이전에라도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상봉을 위한 시뮬레이션을 여러 차례 한 만큼 준비에 별다른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다만 지난 16차 이산상봉 때까지는 적십자 자원봉사자 뿐 아니라 금강산 현지에서 근무하는 현대 직원들이 적극 도와 줬는데 이번에는 상주 인원이 적은 상태라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적은 회담을 제의하는 전통문에서 회담 장소를 `금강산’으로만 명기함으로써 지난해 7월 완공됐으나 아직 문을 열지 못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 소식통은 “지금까지는 남북적십자회담이 금강산 호텔에서 열렸지만 이번 회담은 지난해 7월 완공된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며 “면회소에는 회담하기 알맞게 우리쪽 사무소도 있고 북측 사무소도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적 관계자는 “현재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는 현대아산 직원 6명이 유지관리를 하고 있으나 아직 통신선도 안 들어가 있고 회담을 위한 책상 등 집기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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