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 日 납치문제 해법 견해차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아베 신조(安培晉三) 일본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14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한ㆍ중ㆍ일 3국 정상회의에서는 6자 회담과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한.일 정상간의 입장차가 개진됐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문제도 다뤄져야 한다는 일본측 입장을 재차 거론했다. 일본측은 6자회담 재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의 의제화를 강조하며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의견을 달리해 왔었다.

노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입장에 “납치 문제와 북핵 문제는 별개의 문제로 6자회담은 원래 목적대로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념하도록 해야 하며, 북핵 문제가 해결이 되면 자연스럽게 납치 문제도 순차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라는 한국측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양 정상의 입장을 경청한 뒤 구체적으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 정상들이 말씀하신 우려 사항들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3국 정상들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한 일본측 우려 사항 등을 의식, 공동 언론발표문을 통해 “정상들은 국제사회에서 우려하고 있는 인도적 사안을 다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는 표현을 담았다.

이날 회담에서는 관심을 모았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문제는 화제로 다뤄지지 않았다고 백종천(白鐘天) 청와대 안보실장이 전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지난 2004년 11월 라오스 비인티엔에서 개최된 제6차 정상회의 이래 2년여만에 이뤄졌고,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부터 50분 동안 필리핀 세부 시내 호텔에서 열렸다.

노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한.중.일 3국 경제 규모는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전세계 GDP의 17%를 차지하고, 전체 인구의 4분의 1 규모인 15억명으로 동북아 지역은 가장 역동적 지역의 하나”라며 “하지만 이에 비해 세 나라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3국간 협력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한.중.일 3국의 협력 증진은 3국의 이익에 기여할 뿐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며 “이를 위해 상호 존중과 이해를 기초로 신뢰를 증진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유럽이 대립의 역사를 극복하고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화해 협력의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다”며 “동북아 3국도 평화와 공동 번영을 위해 공동의 가치를 형성하면서 협력 분야를 차근차근 축적해 가면 EU와 같은 협력 질서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 이 회의가 3국간 협력을 진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과 원자바오 총리간에 열린 한.중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양국 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원자바오 총리가 “중국 지도자와 한국간에 항시적으로 접촉하면서 신뢰가 증진돼고 있다. 얼마 전 노 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을 만났고, 작년에 저도 만났다. 오늘 또 만나서 기쁘다”며 친근감을 표시하자 노 대통령은 “원자바오 총리를 지금까지 많이 만났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못봤다. 올해 한국에 한번 와달라”며 한국방문을 초청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우리 국민들 사이에 원자바오 총리 인기가 높다. 저보다 높을 것 같다”며 조크를 던지며 거듭 방한을 요청하자 원자바오 총리는 “올해 안에 꼭 한번 방문하겠다. 초청에 감사하다”며 사의를 표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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