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전문가 진단

이명박 대통령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간 21일 정상회담은 미래지향적 회담으로, 부품.소재산업 분야 협력과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경제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대한 후쿠다 총리의 지지까지 확보함으로써 향후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국제적인 지지 기반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북핵 문제는 순전히 북한의 태도가 중요 변수이고 한일FTA에 있어서도 농수산 분야에서 일본이 얼마나 양허할 지 불확실하다는 점과 한국 일부 산업계의 부정적 시각으로 모두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은 실무방문이었기 때문에 지난 2월 취임식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 이어 상호 신뢰를 쌓는 동시에 한.일 FTA 등 구체적인 경제 현안에 초점을 맞춘 정상회담이었다.

양 정상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번 회담에서 그 동안 서로 대립했던 우리 정부의 대북 유화책과 일본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서 서로 한 발씩 물러나 공조의 기반을 마련해 양측이 협력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일 FTA 협상 재개를 위한 실무회의를 6월에 열기로 한 점, `제2기 한.일 역사 공동연구’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한 점 등은 미래에 양국이 부분적으로라도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런 현안과 관련해 양국 모두 급히 서두르기 보다는 지금부터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반적으로 우호적이었고 방향성도 미래지향적인 정상회담이었지만 막상 FTA 협상을 시작했을 때 일본이 농수산물 부분에서 얼마만큼 양허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우리 입장에서도 부품.소재산업 등 업계에서는 아직 한.일 FTA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남아 있어 한.일 FTA 체결에 대한 전망이 아주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이번 방일중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일본 기업의 투자를 촉구한 것도 한.일 FTA에 대비해 우리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핵 문제 또한 북한이 한국, 미국, 일본이 던지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고 긍정적으로 나올지, 한두 걸음 뒤로 뺄지 모르는 상황이라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의는 지난 수년 간 원활하지 못했던 한일관계를 새롭게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복원시켜 한일외교의 신시대를 열었다는 점이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셔틀외교 등 정치적 교류를 제도화하는 한편 경제적 협력 문제에 중점을 뒀다.

지금까지 한.일 사이에 경제협력 문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제 협력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점을 이번 한.일 정상회담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비핵.개방 3000′ 구상에 대해 미국에 이어 일본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앞으로 대북정책을 본격화할 수 있는 국제적 지지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게다가 일본인 납치 문제와 북핵 문제를 연계시키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도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나 몰라라’하지 않고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고 일본도 북핵 문제 관련 6자회담 참가국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과거사 문제는 언제나 양국 관계에 있어 일종의 `지뢰’ 역할을 했다. 과거 어떤 정부나 초기에는 한.일 관계에 있어 미래 지향적 태도를 지녔으나 과거사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제기 안 했다고 해서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다만 양국 정부는 상호 이익을 위해 이 좋은 모멘텀을 살릴 필요가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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