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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현 정부가 메가폰 외교, 확성기 외교로 공개적으로 미국을 이래라 저래라 한다”며 “좀 더 진지하게 의논하고 공동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바 있는 그는 26일 KBS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해 “한미 간에 손이 안 맞으면 북한이 그것을 환영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북핵 문제나 미사일 문제는 어느 한 나라가 잘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좋은 전략을 짜고 우방국들 사이에 서로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 정부는 둘 다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북결의안은 UN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고, 중국과 러시아도 지지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마지못해 따라가고 그 의미나 내용을 축소 해석하려고 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북한 미사일 문제는 미국이 제일 많이 실패했다’는 발언에 대해 “미국은 그동안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외교문제화 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결국 한-미 사이에 공동 전략이 없다는 것, 또 협조가 안 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발언을 해서 기분이 조금 좋거나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결코 도움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 대통령이 중국 후진타오 주석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국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한 발언에 대해 궁극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그렇게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라면서 공개적인 선언 형식의 발언은 세련된 방법도 아니고 효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정부의 외교라인에 자주파의 목소리가 너무 강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외교나 국제관계에서 현실적으로 다른 나라와 협력하고 협조해 나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며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뿐만 아니라 강대국들도 자주만 찾다가 국제적으로 설 땅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것은 외교라인의 문제라기보다 최고 책임자의 방향과 입장의 문제”라며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바꾸는 것으로 이 문제가 없어진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현민 기자 phm@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