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주 “북한에 ‘굿보이’ 역할 기대”

한승주 고려대 명예교수는 8일 “올 한해는 남북관계에 있어서 북한이 굿 보이(good boy), 다시 말해 비교적 착한 어린이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삼, 노무현정부에서 각각 외무장관과 주미대사를 지낸 한 교수는 이날 오후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자총협회 주최 최고경영자연찬회 초청강연을 통해 6자회담을 포함한 차기회담에서 일부 북한 핵시설 동결과 같은 합의가 있을 수 있다고 예측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북한에 대해 시설 동결, 사찰 수용, 보유 핵 관련 성실신고 등 세가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6자회담에서 어느 정도 동결에 관한 합의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합의가 있다면, 일부 시설 동결과 사찰단의 사찰 허용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이라크에서 죽을 쑤고 있는 등 어려움이 있는 마당에 북한과 관련해서 한건했다고 내세울 수가 있고, 한국도 ‘거봐라, (우리가 잘해서) 북한이 이렇게 나오지 않느냐’고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부 합의 예측을 가능케 하는 한미 양국정부의 정치적 환경을 거론했다.

그는 나아가 “(합의가 되면) 북한 입장에서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돈이 풀릴뿐 아니라 한국의 대선정국에서 북한에 비교적 우호적인 생각을 가진 후보나 정치세력을 도와줄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꽤 크다”고도 했다.

그는 다만 “이런 합의가 되더라도 그것이 북핵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아니라는 데 우리의 딜레마가 있다”면서 “따라서 그 정도라도 고리를 걸어서 북한이 지금보다 (핵무기나 물질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로 가게 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나 우리정부나 모두 궁극적 북핵 폐기가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시한을 정할 수도 없고 해서 제 생전에 북한의 비핵화는 다른 사정이 없는한 완전한 폐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인 생각을 한다”면서 “더 이상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고 평화를 취하면서 경제와 사회의 안정 속에서 대북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면 하는 희망적인 기대를 해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핵 문제 등을 둘러싼 외교협상과 관련, “1993-1994년 제네바회담때 우리는 왜 들어가지 않았느냐는 비판도 많았지만 당시에 정부는 지금보다 훨씬 레버리지(지렛대)가 컸고, 사실상 제네바합의는 한미북이 이뤄낸 것이었다”면서 “지금은 우리 역할 꽤 축소됐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미동맹 성격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은 북한을 상대로 한 것인데 남북은 ‘코리아’라는 용어가 함께 들어가있는 특수관계”라면서 “따라서 남한이 북한에 대해 더 강경하고 미국이 온건할 때에는 동맹을 지키기 쉽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미국이 왜 그러느냐는 비판이 일어나게 되고 그것이 동맹뿐 아니라 국내에서 미국에 대한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라고 분석했다.

또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는 동맹”이라고도 했다.

한편 그는 주미대사 시절을 회고하면서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며 도덕주의적인 얘기를 하면서도 포로 학대 등 비인도주의적인 일을 저지르고 그런 일이 일어난 책임을 높은 사람들이 지지않는 데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 최고위당국자들이 “이라크 문제는 잘 되고있다”는 식의 잘못된 이라크 정세 브리핑을 되풀이해온 데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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